[몰비춤]겨우 걸음마 단계…팥소 없는 찐빵 만들 셈인가

2012년 5월 2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이 문을 열었다. 시가 빈 점포 살리기를 위해 점포 임대료를 내고, 입주 작가를 모집해 그 공간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어느덧 3년이 흘렀다. 현재 회화, 공예, 공연 등 각 분야 예술가 53명이 이곳에 있다. 창원시는 2011년 전후로 연간 통행인구가 202만 명에서 올해 279만 명까지 늘었다고 집계했다. 방문객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2011년 10월부터 2년 단위로 점포 주인과 계약했던 시는 오는 10월 두 번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방문객이 늘어난 만큼 임대료는 높아졌고, 시는 기존 입주 작가 임대료 지원을 앞두고 입주 작가 수를 줄이는 안 등을 고민 중이다. 창동예술촌에서 라상호(69) 사단법인 창동예술촌 대표를 만나 작가로서, 대표로서 그의 생각을 들었다. 라 대표는 예술촌 개촌 당시부터 지금까지 예술촌에서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5월부터 입주 작가 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라상호 (사)창동예술촌 대표가 창동예술촌 골목에 서 있다. 그는 "쇠퇴한 도시를 문화예술 콘텐츠로 살려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창동예술촌은 이제 갓난아기에서 조금 더 자란 아이다. 외부가 아니라 여기에서 자생할 소득이 생기고, 성장이 가능해졌을 때 점차 지원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

그는 "내 나이가 70이 다 됐다. 창동·오동동 등 마산에서 47년간 사진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지냈다. 문화로 도시를 살리자고 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왔는데, 여기서 실패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침체한 도시가 한층 살아나자, 다시 입주 작가 지원 축소 등이 논의되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했다.

라 대표는 "쇠퇴한 도시를 문화예술 콘텐츠로 살려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창동예술촌은 이제 갓난아기에서 조금 더 자란 아이다. 외부가 아니라 여기에서 자생할 소득이 생기고, 성장이 가능해졌을 때 점차 지원을 줄여나가야 한다. 3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시 담당과장이 5번이나 바뀌면서 연속성 없이 사업을 했다. 이제 와서 지원을 그만두겠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곳에서 생활이 어려워 외부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예술촌 작업실을 비우는 일은 새로운 작가가 입주한다 해도 기존 입주 작가들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상인들이 장사를 하다가 제대로 치우지도 않고 나간 빈 점포 쓰레기를 작가들이 다 치우고, 비용을 들여 시설을 새로 해서 다들 들어왔다. 어떤 공간은 쓰레기 치우는 데만 6개월이나 걸린 곳도 있다. 그런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며 이제 터전을 닦아 놓으니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가 생기게 해야 한다. 이미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은 사람은 지금까지 버티면서 자리를 지켰다"고 강조했다.

라 대표는 창동예술촌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8월부터 창동예술촌 예술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화영철강과 경남메세나협회로부터 후원 받아 4개 학과(국악과, 인문학과, 바리스타·제과과, 서양화과)를 개설한다.

그는 "3년 전에는 어떠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해도 예술촌 경력이 짧아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많았다. 이제 예술학교를 운영해서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입주 작가들도 소득을 만들 수 있도록 사업을 벌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예술학교와 더불어 7월 중순 창동예술촌 아트센터가 공사를 마치면 1층에서 입주작가들이 아트숍도 꾸려나갈 예정이다. KT 경남본부와 하동 청학동 주민을 대상으로 화상 문화예술교육도 펼친다. 앞서 지난 4월부터는 소통, 공감, 감성 프로그램 '수요일은 창동에서 놀자'도 (사)창동예술촌에서 진행 중이다.

라 대표는 "입주 작가들이 외부가 아니라 예술촌 내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고 있다. 원도심 재생 프로그램으로 만든 창동예술촌이 전국에서 모범 사례로 인정받으면서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제 이곳에 빈 점포가 거의 없다. 도심 안에 상가와 더불어 예술촌이 있는 사례는 드물다. 예술촌이 더 꽃을 피우려면 작가들이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입주 작가들이 사라지면 예술촌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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