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본부, 청구서 도 제출…경남도 수용 여부 미지수…"거부 땐 주민소환에 결합"

경남도가 강제 폐업한 진주의료원 재개원 문제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시민단체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14만 4000여 명 서명지를 8일 경남도에 제출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2년 4개월 만이다.

주민투표 서명을 받기 위한 대표자 증명서를 내주지 않았다가 소송을 당해 패소했던 경남도는 주민투표를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8일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6개월간 14만 4032명이 동참한 주민투표 서명지를 담은 상자 31개를 쌓아놓고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서명지에 대해 "홍준표 지사의 불통과 공공병원 강제 폐업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며, 공공병원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강제 퇴원 후 1년 안에 돌아가신 40여 분 환자의 영혼을 달래는 울림, 직장을 잃고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거리로 내몰린 직원에 대한 위로가 담겨 있다. 우리 아이가 좀 더 행복한 세상에 살게 하고 싶은 부모의 사랑이, 어르신께 좀 더 편안히 기댈 수 있는 안식처를 드리고 싶은 효심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 청구서와 서명지를 도로 넘겼다. 도는 서명지 검수, 전산화, 주소·생년월일 등 시·군 조회 작업에 들어갔다. 도내 유권자의 5%인 주민투표 청구 수(13만 3826명)는 넘었지만 중복, 도내 주소지 등을 살펴 무효 서명을 걸러내려는 것이다. 서명지 유효 여부 확인과 보정 기간(20일), 열람·이의신청(7일), 주민투표청구심의위원회(14일) 등을 거치면 최소 한 달 뒤에나 주민투표 시행 여부 결과가 나오게 된다. 여기까지가 1차 관문이다.

경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가 8일 오전 주민투표 청구 서명부를 들고 경남도청 행정과로 가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2차 관문은 도가 청구를 받아들였을 때 실제 투표일에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해야 개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도가 대표자 증명서를 내주지 않았을 때처럼 진주의료원이 이미 없어졌고, 투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또다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는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도청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주민투표운동본부는 "도민의 뜻에 따라 진주의료원을 다시 여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했다. 특히 "주민투표 거부는 도민에 대한 거부"라며 홍 지사에게 "도지사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하라"고 강조했다.

도가 주민투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상급식 중단 사태 등에 따른 홍 지사 주민소환 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강수동 공동대표는 "도민의 뜻에 귀를 기울여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서부 경남에 거점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대안을 논의할 수도 있다"며 "시민사회와 각계각층과 진지한 대화를 도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은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불교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진주의료원 폐업과 해산은 주민투표 대상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진주의료원은 법률과 조례에 의해 경남도 주민 전체에게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설립된 의료시설로 주요 공공시설인 이상 폐업과 해산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 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도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을 때도 서명을 받기 위한 대표자 증명서는 내주겠지만 주민투표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주민투표 시행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임의적 재량 행위"라며 "옛 진주의료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경남도 서부청사로 사용승인을 받아 폐업에 대한 법적·행정적 절차가 완료되었으므로 주민투표 청구가 있더라도 주민투표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도는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의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도 내주지 않아 소송을 당했는데, 이에 대한 1심 판결은 8월 11일 나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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