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의 모 고등학교 학생이 노예각서를 만들어 이를 어긴 같은 반 친구를 폭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함양경찰서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아버지 A씨가 경찰서에 찾아와 이런 사실을 신고해 피해 학생을 불러 조사했으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경찰에서 "지난 6월 중순께 아들이 같은 반 친구인 B군의 강요에 못 이겨 노예각서에 서명했으며 이를 어길 때마다 친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라고 신고했다.

이 각서는 '존댓말을 한다', '자기 말을 충실히 듣는다', '전화하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 등 내용이 적혀 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딸로부터 '동생이 이상해요. 일기장을 보세요'란 말을 들은 뒤 아들의 일기장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아들이 일기장에 '학교에 가기 싫다 자살하고 싶다'란 글을 수차례 적어놨기 때문이다.

A씨는 아들이 아파트 창문을 열어 놓고 바깥을 멍한 시선으로 한참 동안 바라보는 모습도 목격했다.

이후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가에서 잠을 청하며 아들을 관찰해왔다.

A씨는 "아들이 가해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건 작년 같은 반이 된 이후였는데 올해 다시 같은 반에 편성돼 학교폭력이 계속됐다."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학교 관계자는 "지난달 말 도교육청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으며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에 대해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라며 "앞으로 이런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이날 담당 장학관 2명을 이 학교로 보내 가해 학생 등을 상대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가해 학생과 학교 관계자 등을 차례로 소환하는 등 수사를 벌여 조치할 방침이다./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