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로 피해를 입은 병원에 대한 정부 손실보전금 1차 지원 대상에서 도내 병원이 모두 제외된 것은 형평성에서 문제가 많다. 메르스 피해 구제를 위해 505억 원의 예산을 긴급편성한 정부는 이 중 160억 원을 피해 병원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해 폐쇄나 격리조치를 받은 집중관리병원 13곳 등을 우선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원을 받은 병원은 모두 21개이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가 다녀가 폐쇄됐던 창원 SK병원, 환자를 격리 치료했던 삼성창원병원 등 메르스 환자로 피해를 입은 도내 5개 병원은 모두 빠졌다. 공공의료기관인 경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마산의료원도 제외됐다.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큰 피해를 봤음에도 도내 병원들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킨 정부의 집중관리병원 중심 지원 기준은 문제가 적지 않다. 피해자 규모를 위주로 선정되는 집중관리병원의 속성상, 환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병원은 지원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또 메르스 환자가 경유했거나, 메르스 의심환자가 아니라도 일반 환자를 통제한 병원 또는 정부 조치 이전에 자진폐쇄했던 병원도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그러나 단 한 명의 메르스 환자라도 해당 병원에 끼치는 피해가 막대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부의 기준은 매우 근시안적이다. 경남도는 도내 메르스 피해 병원들의 손실액이 117억 원이라고 추산했다. 메르스 환자가 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 병원은 지원에서 제외되고, 메르스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환자만 키운 병원은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된 것도 불합리하다.

정부가 피해 병원 구제를 불공평하게 함에 따라 피해 지원의 일부는 지자체의 몫으로 떨어지게 됐다. 당장 창원시는 SK병원이 대출받은 은행금리 이자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에는 초기에 바이러스를 진압하지 못하고 메르스 공포를 전국에 퍼뜨린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메르스로 인한 피해는 비단 해당 병원에 그치지 않고 주변 상권에도 결정타를 날렸다. 확진 환자가 다녀갔던 창원 SK병원 일대는 한동안 인적이 드물 정도였다. 메르스로 인한 영세 상인 피해 지원은 지자체가 맡더라도 해당 병원의 피해 보상만큼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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