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회적 경제] (17) 에너지 협동조합 활성화

정부는 원전을 더 짓겠다고 하지만, 지자체는 원전을 줄이거나 없애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서울, 경기, 충남, 제주 등이 에너지 소비 문제를 인식하고 정책 대안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에너지 자립 선언으로 이어지거나 원전 대체 효과 등을 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경남은 어떤가.

지난 3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경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에서 '탈핵시대 에너지 문제와 에너지 협동조합'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집담회 형식이었는데,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국내 흐름을 정리해 발표하고 지자체 역할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 내용을 간추려봤다.

◇에너지 자립에 나서는 지자체 = 그간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망과 예산은 모두 산업통상자원부가 쥐고 있어 지자체는 굳이 역할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있었고,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2010년 기준), 원전 밀집도 세계 1위 등 불명예를 안고 있다. 밀양과 경북 청도 등에서는 송전탑 문제로 갈등이 심화했고, 원전의 잦은 고장과 비리 등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유진 위원장의 설명이다.

"지역별 전력자립도 불균형은 심해졌다. 산업부 중심의 중앙집중적 에너지 정책은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핵 발전소는 동해안에 증설되고 있고, 국내 전력의 38%가 수도권에서 소비되는 현실이다."

지난 3일 경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에서 '탈핵시대 에너지 문제와 에너지 협동조합'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이동욱 기자

2013년 기준 경남의 전력자립률은 203.7%이지만, 광주(7%), 충북(5.9%), 서울(4.7%), 대전(2.5%), 대구(2%) 등은 현저히 낮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삼척에선 원전 백지화를 내건 김양호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고,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고리1호기 문제가 쟁점이었다. 에너지 분권과 자치에 대한 요구가 커진 셈이다."

원전 건설과 수명 연장 때 지자체장 동의를 얻도록 하는 '원자력안전법 일부 개정안'은 지난해 6월 김제남 의원 등 16명이 공동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같은 해 10월 부산, 울산, 전남, 경북이 참여해 '원전 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가 발족했다. 이원욱 의원은 현재 특별시, 광역시·도, 특별자치도만 수립하는 '지역에너지계획'을 인구 50만 이상 도시 또한 수립, 시행하도록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가 2029년(현재 23기에서 36기로)까지 원전을 추가로 더 짓겠다는데, 서울과 경기, 충남 등은 원전과 석탄 발전소 대체 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자체 목소리는 커지고 있고, 추진단 등을 꾸리면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에너지 자립도 20% 달성이 목표다. 에너지 소비 도시를 넘어 생산 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며, 전력 위기 때 무정전 도시를 구현하겠는 것이다. 경기도는 최근 '에너지 자립 선언'을 했다. 2030년까지 자립도 70%가 목표인데, 원전 7개 대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충남도 역시 지역에너지계획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2020년까지 500㎿급 화력발전소 3기의 연간 생산 전력량 수준인 301만 9000TOE(석유환산톤)를 대체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제주도는 '2030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경북 울릉도, 충남 홍성군 죽도, 제주 추자도 등의 '에너지 자립 섬' 만들기, 전남 고흥군 '신재생에너지 100% 자립도시 선언' 등이 잇따르고 있다.

◇에너지 협동조합 활성화하자 = 경남도는 현재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고자 지역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이 위원장은 조언했다.

"경남도 에너지기본계획에도 에너지 수요 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계획 등을 담아야 한다. 복잡한 수치를 넣는 것보다 원전 또는 석탄 발전소를 몇 개 대체하겠다고 밝혀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지역에너지계획 수립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에너지 관련 인력 충원과 에너지공사 준비도 하나의 흐름이다. 서울시는 6개 팀으로 구성된 녹색에너지과를 신설했고, 내년에 에너지공사를 만들 예정이다. 경기도 역시 에너지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처럼 에너지 중심의 조직 개편, 에너지 기금 조성 등이 필요하다. 서울과 경기 등 대부분 지자체가 기금을 만들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은 지자체와 국가 에너지 자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독일 등에서도 공동체가 에너지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많은 시민이 이익을 나눠 갖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 확대가 추진됐다. 이에 협동조합이 초기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 정책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시에 있는 에너지 협동조합을 보면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 에너지전환 적정기술 연구, 에너지 설계, 에너지 교육, 에너지 돌봄 복지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 모두 11개다. 이들이 수익을 내고 살아남아야 하는데, 이를테면 서울시 내부 사업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 몇만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진단이나 교육을 벌일 때 이 일을 해당 협동조합이 맡는 것이다."

최근 늘고 있는 에너지 자립 마을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시설 투자를 끝내고 나서 해당 마을의 에너지 경제 구축을 위해 5명 안팎 일자리를 만들어 스스로 먹고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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