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양원 목사 생가 복원·기념관 건립 결실"…3년 공사 끝에 9월 17일 개관식

함안의 역사·지리·문화·먹거리 등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12년 이 지역 곳곳을 다녔다. 그러다 함안 칠원면 출신 손양원 (1902~1950)목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손 목사는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우상 숭배를 비판하다 옥고를 치렀다. 한국전쟁 때에는 피난 가지 않고 여수에서 한센병 환자와 함께했다. 인민군이 코앞에 왔을 때 주변에서 억지로 배에 태웠다. 하지만 그는 다시 내려 환자들 곁을 지키다 결국 체포돼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로서는 아픔을 용서로 승화하기도 했다. 손 목사는 여순사건 때 아들 둘을 잃었다. 처음 비보를 접했을 때 여느 부모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하지만 곧 슬픔을 거두고, 자식 둘을 죽인 사람을 양자로 삼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 이는 함안칠원교회 최경진(50·사진) 목사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이 그분 이야길 하는 것이 누가 될 정도입니다. 종교를 초월해 그분 삶은 모든 이 마음에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종교 틀에 갇혀있다 보니 이 분 삶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손 목사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여수에는 순교기념관이 있었다. 반면 태어난 함안에는 이렇다 할 흔적이 없었다. 칠원교회는 손 목사가 어릴 적 다니던 교회다. 100년 가까이 지나 이 교회서 목회활동을 하는 최 목사는 무거운 의무감을 안고 있었다.

"교회 바로 옆에 생가가 있습니다. 방치돼 있다가 2007년부터 복원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빨리 생가 복원과 기념관 건립이 완료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습니다."

2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최 목사 바람이 이뤄지고 있다. 군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3년간 사업을 진행했고, 곧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생가는 사진을 통해 실물 크기로 복원했습니다. 바로 옆에 자리한 기념관 건물 공사도 끝났습니다. 지금은 내부 전시 작업 중입니다. 오는 9월 17일, 마침내 생가 및 기념관 개관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애국지사 손양원 기념관 조성사업'은 전임 군수 공약사항이었고, 현 군수가 사업을 계승하면서 순탄히 진행됐다. 그동안 주차장 터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대형차량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고 한다. 군에서는 손양원 기념관이 또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목사는 이렇게 전했다.

"진해에 있는 주기철 목사 기념관, 마산 진동에 있는 호주선교사 묘역과 연계해 순례길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창원시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얼마 전 함안군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교회 자체에도 기쁜 일이 있다. 함안칠원교회는 좁다란 길을 지나야 만날 수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오는 9월 칠원면사무소 인근 기념관 앞으로 이전하면 그러한 고민도 없어진다.

"우리 교회 분들은 손양원 목사 삶을 닮아가려는 마음을 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칠원교회는 손양원 목사 기념관 문지기 교회라 생각하고, 손님들 찾아오면 정성을 다해 모시도록 해야죠."

최 목사는 함안칠원교회에 온 지 11년째다. 손 목사 알림이를 자처한 그는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손양원 목사는 종교를 뛰어넘어 우리나라뿐만 아닌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양원 기념사업회가 별도로 있습니다. 이를 통해 평전 작업, 그리고 여수와 연계한 세미나를 열어 정신계승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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