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희는 틈이 날 때마다 걸왕을 보챘다.

“대왕, 이런 거처는 서민의 거처이지 대왕께서 사실만한 궁궐이 아닙니다. 도대체 왕이란 무엇입니까. 모든 권력과 부귀를 함께 누리는 지위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소. 그게 왕이오. 그대는 이 궁궐이 초라하다는 말이겠구려. 그럼, 어떤 식으로 궁궐을 꾸미는 게 좋겠소?”

“대왕의 위엄을 위해서라도 보석으로 장식하고 상아로 박은 호화로운 궁전을 새로 짓는 게 온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오, 그 기막힌 생각이구려. 지금 당장 그렇게 짓도록 엄명을 내리겠소!”

백성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궁궐은 그렇게 초호화판으로 지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희는 걸왕과의 잠자리에서 교접할 때, 자신의 종아리가 엉덩이 밑에 깔리도록 하고 걸왕이 옆구리를 붙여 죄이는 듯한 체위를 유지하는 도체(道體)의 형태를 취하게 한 뒤 귀에다 속삭였다.

“대왕, 궁궐은 아름다우나 내실의 침상이 보잘것 없습니다.”

“그대가 바꾸라면 무엇으로든 바꾸겠소.”

“침대는 옥(玉)으로 만든 게 최고라고 합니다.”

“그건 너무 딱딱하지 않겠소?”

“호피나 호백구를 구해 그 위에다 깔면 최선의 침구가 되지요. 대왕께서 소첩을 탐하실 때 몸에도 유익할 뿐 아니라 완력도 훨씬 수월하게 쓰실 수 있답니다.”

다시 얼마쯤 세월이 지난 후였다. 말희는 걸왕에게 또 청원하였다.

“대왕, 밤에는 소첩이 대왕을 즐겁게 모시면 되겠지만, 낮의 궁정 잔치가 너무 밋밋한 것 같습니다.”

“그대 말이 맞는 것 같소. 같은 연회도 반복되면 싱겁게 마련이지. 무어 재미있는 놀이라도 생각해 봤소?”

“이렇게 해 보면 군신들까지도 즐거워할 것 같습니다. 나라 안에서 아름다운 낭자 3000명을 선발해 오색으로 수놓은 옷을 해 입히고 춤과 노래를 시키면 잔치의 흥이 훨씬 돋아날 것 같습니다. 차제에 춤, 노래를 다시 작곡해 들으면 잔치는 흥취가 몇배 더 오르겠지요.”

걸왕은 곧 말희의 요구대로 시행했다.

“대왕, 잔치도 궐내에서 먹고 마시며, 똑 같은 노래를 듣고, 비슷한 춤만 구경하니 답답해 미칠 것 같습니다!”

“오, 내 귀여운 말희가 답답해 미친다면 큰일나지! 그래, 이번엔 무엇을 원하오?”

“궁전 뜰에 큰 못을 파십시오. 바닥에는 새하얀 모래를 깨끗하게 깔고 거기에다 향기로운 술로 가득 채워보십시오. 그리고 못 둘레에는 고기로 동산을 쌓고 포육(脯肉)으로 숲을 만든(酒池肉林)뒤 3000의 무희들이 신호의 북이 울리면 일제히 못의 미주를 마시고 숲의 포육을 탐식하는 걸 구경하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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