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박원규·조수민 부부

김해에 사는 박원규·조수민 부부는 올해 2월 결혼했다. 남자는 올해 30살, 여자는 25살이다. 젊은 부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바라보면 좀 특별하게 다가오는 점이 있다. 둘은 서로 존댓말을 쓴다. 특히 여자는 '~했어요?'가 아닌 '~하셨어요?'와 같이 극존대를 한다.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앞으로 시간을 채우려 한다.

둘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처음 만난 것은 2013년 기독교사 여름방학 수련회 때다. 수민 씨 마음에 원규 씨가 사르르 들어왔다. 4일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전년도에도 수련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서로 존재 자체를 몰랐어요. 그런데 80~100명이 참여한 이때는 오빠한테서 광채가 났어요. 다른 사람들 불편하지 않도록 알아서 치우고 청소하는 모습들을 보게 됐는데, 참 멋있더라고요."

수련회 이후에도 수민 씨 머릿속에는 원규 씨 생각으로 가득했다. 수민 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먼저 연락하면서 둘은 가까워지게 됐다.

그런데 둘 마음은 이미 '통'했다. 원규 씨도 수련회 이후 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주변에 연락처를 물어보고 기다리던 그때, 자신의 SNS에 수민 씨 댓글이 달린 걸 보게 된 것이다.

박원규 조수민 부부.

처음과 달리 엇박자가 좀 있기도 했다. 수민 씨 설명이다.

"오빠가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데요, 천문대 행사에 제가 먼저 가자고 하면서 첫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같이 시간을 보냈지만 관계 진전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해 추석 때 저는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는데요, 오빠가 그전까지 별다른 마음 표현이 없으면 그만 만나겠다고 결심했어요. 오빠가 이런 제 마음을 알고서는 '나는 이미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거로 알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제야 제 마음도 편해지더군요."

그렇게 1년 6개월가량 연애했다. 둘은 이 기간을 '220초'라고 표현한다.

"함께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거예요. 만날 때마다 '오늘 또 1초가 지나간다'라고 했어요. 연애할 때 만난 횟수가 220번이었기에 저희는 '220초'라고 표현하는 거죠. 얼굴 볼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오빠가 그 사진들을 모아 '1초, 2초, 3초 … 218초, 219초, 220초' 이런 식으로 사진첩을 만들어 선물해줬어요."

요즘 결혼 평균 연령과 비교하면 둘은 좀 빠른 편이다.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이 부분에서도 둘 마음은 닮았다.

(원규 씨) "처음 만날 때부터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그런 생각은 더 확고해졌고요."

(수민 씨) "연애를 하면 당연히 결혼까지 해야 한다고 받아들였습니다."

수민 씨는 집안에서 장녀이며, 그 아래 여동생 한 명만 있다. 수민 씨 부모님은 애지중지하던 딸이 일찍 결혼한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도 나타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마음도 잠시, 없던 아들을 한 명 맞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금은 컴퓨터 같은 걸 살 때 함께해 주는 사위에게 든든한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말을 놓지 않는 원규·수민 씨에 대해 주변에서는 '오글거린다'며 낯설어하기도 한다.

둘은 그러한 시샘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늘 그랬던 것처럼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계속 노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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