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전 김수환 전 밀양경찰서장 "송전탑 반대에 강경진압 일관"…방석·회초리 놓고 사죄 요구

"수환아, 고향 할매 할배 때려잡고 청와대 들어가니 행복하니?"

밀양시민 50여 명이 2일 오후 청와대 바로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모였다. 1년 전 이맘때(6·11행정 대집행) 자신들이 지키던 농성 천막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광경을 흙먼지와 눈물이 뒤범벅된 눈으로 바라봤던 이들이다.

이들은 밀양 765㎸ 송전탑 건설 사업이 급진전된 지난 2∼3년 동안 송전탑 반대운동을 펼쳐왔던 현지 주민이다. 이들이 청와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당시 밀양 출신이었던 김수환 밀양경찰서장이 올해 1월 청와대 22경호단장으로 영전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앞에 모인 밀양시민은 '밀양 송전탑 반대 경과지 주민 일동' 명의로 발표한 편지 형식의 성명을 통해 "김수환 자네, 가슴에 손을 얹고 자네가 밀양에서 보낸 2013년부터 1년 반 동안 자네가 밀양에서 저질렀던 짓을 돌이켜보게나"라고 전했다.

김수환 전 밀양경찰서장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 밀양시민들. /임채민 기자

김 전 서장이 고향 출신 인사라는 환영을 받고 취임을 했음에도 그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경진압으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

밀양시민은 방석과 회초리를 앞에 놓고 김 전 서장의 사죄를 요구했다. 밀양 상동면에 거주하는 김영자 씨는 "우리가 항의하면 '네까짓게'라는 듯한 비웃음을 물고 더 폭력적으로 강경진압을 했다"며 연신 울먹였다. "고향 노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사람을 고위직에 앉히는 게 박근혜 정부의 국가 개조냐"라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밀양시민은 "고향 어르신 때려잡고 그 덕으로 대통령 경호를 한다니 정말로 기가 찬다"며 "김수환 자네가 앞으로 얼마나 출세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걸 지켜만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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