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합천창녕보 상류 녹조 탓…수문 열어야"

4대 강 사업 이후 낙동강 중하류 밀양 수산교 일대 어획량이 급격히 감소해 생계를 잃은 어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 가운데 중상류 합천 율지교 인근에서도 녹조 탓에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고기떼가 발견돼 논란이다.

1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오전 11시께 합천창녕보 상류 율지교 인근에서 녹조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해 물 위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죽어 물에 떠오른 물고기떼가 포대 자루에 담긴 채 더운 날씨에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율지교 밑에서 줄곧 낚시를 해 온 한 주민이 건졌다고 한 죽은 물고기 수는 족히 20여 마리는 돼 보였다. 강준치를 주종으로 누치, 블루길 등이 섞였다.

강은 한눈에 봐도 녹조 현상이 심했다. 강물은 녹조로 말미암아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강변에는 진녹색 녹조가 덩어리져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곳도 있었다.

1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합천군 율지교 부근에 녹조가 발생한 가운데(왼쪽 사진) 강준치 등 20여 마리가 죽은 채 물 위로 떠올라 주민들이 강 밖으로 건져 두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죽은 물고기를 건진 주민은 "녹조 탓"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곳을 수십 년 찾았다. 한데 이곳에서 이 정도 물고기가 폐사해 물 위로 떠오른 모습을 본 건 지난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이후 처음"이라면서 "이곳 녹조가 심해 수자원공사와 합천창녕보에 일주일 두 번 보 수문을 열어 물갈이해야 한다고 몇 차례 이야기했으나 이들 기관이 말을 듣지 않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함께 현장을 확인한 배종혁 마창진환경운동연합 환경조사기록위원장도 "강 중앙에 있던 물고기들이 녹조 영향을 피하고 먹이를 찾고자 얕은 물가로 숨을 쉬러 나오다 되레 녹조가 부레와 아가미에 끼어 폐사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합천창녕보 상류에 녹조가 심해 어류가 폐사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데 현장에서는 물고기 폐사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물고기가 녹조 탓에 폐사한 게 아니라 인근 한 어민이 가두리 어망에 잡힌 물고기가 상품성이 없자 버렸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실태를 확인하러 온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 관계자는 "인근 어민이 어망에 잡힌 물고기를 보니 상품성이 없어 보이자 이를 강에 버렸다가 건져 내 다시 땅에 묻으려 포대에 담아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어민 아내라 밝힌 한 여성은 "낚시꾼 한 사람이 동네 물을 흐리고 있다"며 "물고기 처리 절차에 따라 땅에 묻으려 둔 것을 괜스레 녹조 탓에 폐사했다 주장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날 주 폐사 어종인 강준치는 산란기가 5월에서 7월 사이이다. 강변 수초나 나뭇가지 등 수중장애물에 주로 산란한다. 이날 죽은 것들은 대략 35~40㎝ 크기에 달했다. 강준치는 그러나 뭍에 나오면 금방 죽는 탓에 잡자마자 요리해 먹어야 한다. 어느 주장이 맞다 하기 어려운 문제인 셈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날 죽은 물고기를 수거해 해부하고 그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녹조 연관 여부는 이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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