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여름을 부탁해] (2) 팥빙수 맛집 6곳

더위를 식혀줄 음식, 냉면·밀면 편에 이어 팥빙수 편을 준비했습니다. 요즘 참 화려한 빙수가 많은데요. 전통을 앞세우며 빙수 위에 떡이나 콩가루를 올리기도 하고, 견과류를 듬뿍 올리는 설○, 망고를 듬뿍 올리는 망고○○ 등 대형 프랜차이즈 빙수 가게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런 대형화되고 획일화된 빙수집이 아니라 작지만 소박하게 자신만의 빙수를 판매하는 곳을 찾아봤습니다. 캔에 든 제품으로 된 팥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팥을 쑤어서 파는 곳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 더위에 다들 팥을 쑤느라 '팥죽 같은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창원, 진주, 김해 지역에서 발견한 전통 팥빙수집 6곳을 소개합니다.<끝> 

찐빵과 먹으면 더 맛있다 - 수복빵집

낡은 간판을 보고 가게에 들어서려 하자 앞서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이름은 빵 가게지만, 주 메뉴는 팥. 찐빵, 단팥죽, 팥빙수 모두 팥이 핵심. 주인 부부가 함께 가게에서 팥을 만들고 있다. 개업증을 보니, 1979년으로 돼 있다. 여주인은 2대째 가게를 운영 중이고, 70년가량 됐다고 전했다. 우유가 안 들어간 팥빙수는 맛이 깔끔했다. 계피향이 가득 나서 물었더니 '수정과'를 넣었다고 했다. 팥을 듬뿍 뿌려서 찍어먹는 찐빵과 깔끔한 팥빙수가 꽤나 어울렸다.

팥빙수 6000원, 진주시 촉석로 201번길 12-1 152-2, 055-741-0520.

수복빵집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 팥나무

이곳은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밀탑' 밀크빙수를 좋아했던 송채은(56) 사장이 지난 2012년 12월에 자신이 좋아하는 팥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겠다고 김해에서 개업한 곳. 단팥죽과 함께 여름철 주력 메뉴는 팥빙수다. 예전부터 서울에 갈 때마다 '밀탑'을 꼭 방문했다는 그는 '밀탑' 맛을 계속 연구했다고. '눈꽃 밀크 빙수'는 그 연구의 결과물. 자신만의 빙수를 만들었다. 우유를 넣고, 팥을 올리고 그 위에 인절미도 올려서 만들었다. 모두 국내산 재료를 쓴다. 가게 안에는 자신이 산 제품의 영수증을 손님들도 볼 수 있게 붙여 놨다. '눈꽃 밀크 빙수'는 확실히 우유를 많이 넣어서 우유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2~3시간 졸여 만든 팥은 그리 달지 않고 고소했다.

눈꽃 밀크 빙수 7000원, 김해시 율하2로 120, 055-327-5002.

팥나무

정성으로 삶은 팥맛 - 창동복희집

1971년부터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있는 분식집. 박옥희(59) 사장이 어머니에 이어 1990년대 초반부터 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가게 이름은 여동생 이름 '복희'에서 따왔다. 사계절 국내산 팥으로 팥빙수를 판매하고 있다. 팥빙수는 화려하지 않지만, 정성이 들어간 팥 맛이 일품이다. 오전에 팥을 솥에 안쳐서 약한 불에 2∼3시간 익힌 후 설탕을 넣고 1시간에서 1시간 반가량 졸여낸다. 팥 양에 따라 시간은 달라진다. 적당히 끓여지면 하루 정도 냉장고에 식혔다 다음날 사용한다. 얼음은 인근 얼음 판매하는 곳에서 사서 쓴다. 우유와 부드러운 팥이 어우러지면서 최상의 맛을 낸다. 직접 만든 시럽도 단맛을 더한다. 연유도 원하면 추가할 수 있다.

팥빙수 4000원, 창원시 마산합포구 동서북 14길 21-1, 055-242-1157.

창동복희집

가격까지 착한 어묵집 시즌메뉴 - 부산수제어묵

창원 대동백화점 맞은편 성원주상가 지하에 있는 어묵집에서 여름철 팥빙수를 판매하고 있다. 문을 연 지 2년가량 됐다. 작년부터 여름에는 팥빙수, 겨울에는 단팥죽을 메뉴에 추가했다. 김기석(56) 대표는 어묵 비수기에 새 메뉴를 내놓은 것이라고 했다. 부드러운 얼음에 우유, 팥, 프루츠 칵테일, 시리얼, 연유가 들었다. 국내산 팥으로 팥빙수를 만드는데,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압력솥에 삶고 설탕, 소금을 넣고 졸인 팥이 고소했다.

팥빙수 2500원, 창원시 성산구 원이대로 774 성원주상가 지하 17호, 055-261-3132.

부산수제어묵

일본식 목조건물서 즐기는 달콤함 - 팥이야기

팥빙수, 단팥죽이 인기메뉴다. 옛 일본식 목조 건물이 팥집과 잘 어울린다. 팥빙수는 우유가 조금 들어가고, 그 위에 얼음을 갈아 넣고 팥을 담았다. 아기자기한 그릇에 팥과 함께 사과 졸인 것이 올려져 나온다. 팥도, 사과도 모두 직접 끓이고 졸여서 만든 것이다. 팥알이 살아있다. 팥은 중국산을 쓴다. 좋은 중국산 팥을 이용해 저렴한 가격에 팥빙수를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팥은 압력솥에 끓였다가 간수를 뺀 소금과 설탕을 넣고 졸여낸다. 팥이야기는 진해에서 점포를 열고, 1년 뒤에 창원 가음정에도 문을 열었다.

팥빙수 3000원, 창원시 진해구 편백로 18-1, 055-546-7872.

팥이야기

맛과 멋 둘다 잡은 빙수 - 미술관 옆 단팥죽

경남도립미술관 인근에서 4년가량 있다가 주택가로 옮긴 지 2년 정도 됐다. 하동에서 팥 농사를 짓는 가족에게서 팥을 구해 온다. 조그마한 공간에 테이블 2개가 앉을 수 있는 자리 전부다. 직접 끓인 물을 냉장고에 얼려서 만든 얼음을 사용한다. 팥빙수는 놋그릇에 우유를 넣고 팥을 올리고, 오설록 세작 분말을 살짝 뿌려서 완성한다. 화룡점정은 남천 잎. 남천 잎 하나를 팥빙수 사이에 살짝 꽂아서 멋을 낸다. 팥이 많이 달지 않다. 박소민(62) 사장은 "빙수를 자꾸 섞으면 안 된다. 얼음을 사근사근 씹어 먹어야 맛있다"고 조언했다.

팥빙수 6000원, 창원시 의창구 외동 반림로 31-18, 010-4584-5123.

미술관 옆 단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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