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열전] (26) 진주시청 조정부 강기배 감독

서부 경남지역의 주요 상수원인 진주 진양호는 맑고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인공호수다.

아침 물안개와 저녁노을이 환상적이어서 진주 시민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69년 만들어진 진양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진주시청 조정부다.

진양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진주시 조정전용훈련장'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띈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멋들어진 풍광을 자랑하는 진양호는 오로지 조정부에만 문호를 개방해줬다.

진주시청 조정부 강기배(47) 감독은 "조정은 연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노를 저어 속도를 경쟁하는 종목이기에 상수원보호구역인 진양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며 "처음 진양호가 조성될 때만 하더라도 조정인 사이에 진양호는 호텔급 훈련장으로 칭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진주가 고향인 강 감독은 경남 조정의 산증인이다.

진양호에서 만난 강기배 진주시청 조정 감독.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지난 1995년부터 진주시청 조정부를 맡아 국가대표팀과 겨뤄도 손색이 없는 팀으로 성장시켰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김동용을 비롯해 6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하기도 했다.

지금은 경남조정협회의 실무를 책임지는 전무이사로도 활약 중이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신경이 남달라 핸드볼과 복싱 선수로도 뛰었던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조정에 입문했다.

강 감독은 "조정이라는 종목은 전혀 몰랐다. 다만, 물에서 하는 운동이라 시원하고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노를 잡았다"고 했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생각했지만, 운동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는 "체력이 중요한 조정은 물의 유속과 강렬한 햇볕, 물에서 반사되는 반사열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극한 운동으로 불린다"면서 "자연과 싸우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 딱 들어맞는 설명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강 감독은 조정 입문 3년 만인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대학도 특기생으로 진학했지만, 대학 4년을 거치면서 선수보다는 지도자의 꿈을 키웠다.

대학 졸업 이후 고향으로 내려온 그는 1995년 진주시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지도자 경력 20년을 꼬박 채웠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정은 인지도가 거의 없었고, 선수층도 얇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도내뿐 아니라 타지역을 돌며 선수를 수급해 팀을 운영했지만, 입상권 실력만 갖추면 타 지역으로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마음의 상처도 심했다.

그는 도내에서 선수를 길러내지 못하면 '경남 조정의 미래는 없다'는 심정으로 진양고, 진주여고, 경남체고 등 고교 선수 발굴에 힘을 쏟았다.

강 감독을 비롯한 도내 조정 지도자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는지 현재 도내에는 50명가량의 선수가 있을 정도로 선수층도 두터워졌다.

선수가 많아지면서 자체 경쟁이 시작됐고 이는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현재 진주시청은 3명의 선수를 보유 중인데, 이 가운데 2명이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특히, 도내 출신인 김동용은 지난해 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 조정 남자 싱글스컬에서 귀중한 은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그는 "국내 조정계에서 국가대표팀에 대적할 팀은 진주시청밖에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난 편"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진주시청이 국내 정상급 팀으로 성장한 데는 강 감독의 철저한 선수 관리가 한몫을 했다.

강 감독은 영양상태 등을 고려한 맞춤형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선수의 몸 상태와 훈련 일정, 컨디션 등을 일일이 체크한다.

또, 조정이 장비와 개인의 조합이어서 선수 개인에게 맞게 배 상태를 관리하는 것도 하루도 빼놓지 않는 강 감독의 일과가 됐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을 앞두고는 팀의 에이스인 김동용이 허리 부상을 입자, 강 감독은 태릉선수촌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용하다는 침술사, 물리치료사에게 치료를 받게 했다.

강 감독의 지극 정성 덕분이었을까?

대회 출전조차 어려워 보였던 김동용은 전국체전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도자로서 강 감독의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것이다.

신체 특성상 유럽 국가의 선수와는 아직 기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는 목표를 아시안게임으로 겨냥했다.

그는 "3년 뒤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동용이가 꼭 금메달을 따줬으면 한다. 은메달도 감격스러웠지만 금메달을 따낸다면 아마 동용이를 한동안 업고 다닐 것 같다"고 했다.

강 감독은 조정의 대중화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

조정은 일반인에게 친숙한 종목은 아니지만 아시안게임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2002년 부산서 열렸던 대회부터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우리나라는 조정에서 꾸준히 금메달을 신고했다.

그는 진양호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정 강습회도 꼬박꼬박 개최해오고 있다.

그는 "조정이 힘든 운동인 것은 맞지만 조정만큼 온몸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종목도 흔치 않다"고 조정 예찬론을 펼쳤다.

강 감독은 "부산 해운대에 있는 수영만 일대가 요트로 활성화돼 부산이 세계적인 요트 도시로 급부상한 것처럼, 진주를 물의 도시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천혜의 조정 경기장으로 각광받는 진양호가 있고, 진주시에서 조정에 대한 열의도 많아서 조만간 이 꿈은 실현되지 않을까 싶네요"라며 밝은 미래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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