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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만 그리는 이유…"영혼 담아낼 수 있어"

[이서후의 사심가득 인터뷰] (5) 천천히 자기 세계 만드는 화가 배우리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5년 06월 29일 월요일

배우리, 26세, 화가.

처음 배우리를 봤을 때 가만히 있는 태도가 마치 정물 같았다. 아마도 세상일에 크게 관심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고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작품에 나오는 어린 아이의 얼굴처럼 조그맣고 여린 아이. 배우리는 내 주변 아는 작가들 중 가장 어리다. 더구나 자신이 인정하듯 무엇을 하든 느리다. 그렇게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여느 나이 많은 작가보다 여물게 배우리만의 세계가 만들어져 있었다. 6월 중순 김해 내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 우리는 고향이 어디야?

"부산이요.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살다가 김해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쭉 살고 있어요."

- 대학을 부산에서 나왔다며 그럼 부산에 계속 있지 그랬어.

"집에서 안 멀어져야 돈이 덜 들고(히히), 제가 독립을 추구하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또 우리 가족이 엄청나게 사이가 좋아서, 꼭 붙어 있어야 해요. 가족은 엄마, 아빠랑, 여동생 이렇게고요, 여동생은 4살 터울인데 걔가 정신 연령이 조금 높고 제가 조금 낮아서 또래처럼 친하게 지내요."

화가 배우리.

- 그림은 언제부터 그렸어?

"그게 대답하기 애매한데요, 그냥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아기 때 사진 보면 색연필 붙들고 있고, 가위로 색종이 자르고 있고 그래요. 미술 학원도 다닌 적 없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화실에 다녔는데, 거기서 입시 준비까지 다 했어요. 거긴 입시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고 그냥 그림 가르치는 곳이에요. 제가 뭔가 배움이 강제적인 것을 싫어해요. 스스로 해야 자연스럽고 재밌어요. 더군다나 예술은 자연스러운 게 더 중요하잖아요."

- 우리는 주로 사람 얼굴을 그리잖아, 이유가 있어?

"대학교 들어가고부터 딴 거는 안 그린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화실 다닐 때도 선생님이 뭐 그리라 한 거 말고는 계속 얼굴만 그렸어요. 뚜렷한 계기는 없고요, 얼굴 말고는 관심이 안 가서 그래요. 그냥 재밌어요. 동물이나 식물도 좋아하는데 사람을 탐구하는 게 제일 재밌는 거 같아요. 사람 얼굴을 그리면 뭔가 그 안에 있는 영혼까지 담아 낼 수 있잖아요.

다른 것도 좀 그려야 자기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데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아요. 느리고 답답할 수는 있어도 제가 하고 싶은 거 할래요. 다른 작품을 봐도 진심이 안 담기면 그림에서 바로 티가 나거든요. 그런 거 생각하면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아무 데서나 할 수는 없어요. 편협해 보이잖아요. 저는 누군가가 충고를 할 때 무조건 안 듣겠다는 것도 아니고요. 저한테 뭐라고 하는데서는 거부감은 없어요."

- 사람 얼굴을 그리려면 실제로 다른 사람 얼굴을 많이 관찰했을 거잖아? 이제는 그 사람의 기분이나 성격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아?

"저는 원래 지나는 사람이나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지금 어떤 기분일까'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한때 제 자화상을 소재로 이런저런 그림을 그린 적이 있어요. 그때 주제로 삼은 게 사람이 평소에 사소한 행동들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캐치해서 그 부분을 확대해서 그리는 거였거든요. 그거 할 때는 대중교통도 타고 다니고, 길도 막 걸으면서 완전 열심히 사람 얼굴 보러 다녔어요."

화가 배우리는 다른 것도 그려보라고 주변에서 제안할 때마다 "정해진 답은 없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 이건 내 느낌인데, 내가 중국에 있으면서 중국 작가들 작품을 자주 봤어. 근데 우리 작품 보면 중국 작가 같은 느낌이 있거든. 특히 아기 얼굴 작품들이 그래.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요.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중국 작가가 있긴 했는데, 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잘 모르겠어요. 아기 그림은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가 봐요. 뭔가 사람인데 눈이 크고 공허해 보이니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도 그 작가를 탐닉하지는 않거든요. 아무리 좋은 작가라도 제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고 안 드는 작품도 있는 거로 생각해요. 저는 자료 검색도 많이 하지 않아요. 자료가 머리에 너무 많이 들어와 있으면 자기 것을 못 찾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무의식 중에 내가 많이 봤던 그 작가를 따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중국 작가들처럼 색감이 강한 것도 싫어요.

어떻게든 입에 오르내리는 거니까 결과적으로는 좋은 거 같아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시간이 많이 흘러서 어디 갔을 때, '그때 중국 작가 느낌 나던 그 배우리 작가네'라고 알아봐 줄 수 있는 거죠."

- 물론 중국 작가와 작업 자체는 비슷할 수 있지. 그래도 배우리만의 뭔가는 분명히 있는 거 같아.

"솔직히 한때는 고민을 많이 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엄청나게 개성이 넘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적은 없는데요, 그래도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잖아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안 비슷한 게 있을 수 있나 싶어요. 세상에 그림 그리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아졌고, 옛날 사람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바로 알 수 있잖아요.

이런 속에서 정말, 완전 독창적인 것은 못할 거 같아요. 그거는 일단 포기해야 하는 부분인 거고, 비슷한 속에서도 서로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있는 거니까요. 언젠가는 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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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