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통영을 기획하다…기획자 꿈 안고 찾은 고향 통영RCE에서 첫발 디뎌

전범준(28) 씨는 통영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교 진학을 계기로 창원에서 4년여간 머물기도 했으나 졸업과 동시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지만 고향을 향한 범준 씨 애정은 남다르다. 범준 씨가 아끼는 사람, 꿈이 모두 그곳에 있다.

범준 씨가 'UN 지속가능발전교육 통영 센터(이하 통영RCE)'에서 일을 시작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범준 씨에게 통영RCE는 기회이자 영광이었다.

"제 꿈은 기획자예요. 쉽게 말해 축제·공연 등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이벤트를 구상하고 총괄하는 사람이죠. 통영RCE는 그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에요. 고향·기획·목표. 세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장소죠."

범준 씨의 정식 직책은 통영RCE 교육사업팀 인턴PD(프로그램 디자이너)다. 일한 기간은 고작 한 달여. 그러나 범준 씨가 품은 열정만큼은 국장·이사장 못지않다.

범준 씨도 겪었듯이 일반인에게 RCE는 낯선 단체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 통영이 최초로 선정됐을 정도로 역사가 그리 길진 않다.

지난해 BTW 출정식 모습. /통영RCE

RCE는 지속가능발전 교육을 확산하고자 유엔 산하 연구·교육 기관인 유엔 대학에서 세계 각지에 조직한 지역전문교육센터이자 지역 전문 기관들의 네트워크를 말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잠재력을 훼손시키지 않고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 궁극적인 목표다. 통영RCE 역시 이 같은 목표 아래 시민교육·장학사업·정책연구 등을 시행해왔다.

"RCE의 진짜 장점은 '지속가능발전 교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갖가지 기획을 자유롭게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가령 '콜라'가 없는 카페에 가서 콜라를 팔 방법을 고민한다든지, 통영 문화유산을 한 데 어우를 수 있는 교육·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든지…. 생활 속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획들을 제안할 수 있는 곳이 RCE이죠."

갖가지 기획 중 범준 씨는 장학사업, 특히 청소년들의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 현재 그가 맡은 'BTW(브리지 투 더 월드·bridge to the world)프로그램'도 그 연장선이다.

"BTW프로그램은 정해진 주제에 맞게 청소년을 체험·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전문 직업인을 만나거나 토론·보고회 등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탐방 프로그램인 셈이죠. 제가 유독 청소년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그들이 진짜 미래 세대인 걸 알기 때문이에요. 예전에 통영 한산대첩 축제에서 총괄 팀장으로 일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잘 짜인 기획 하나가 청소년, 나아가 축제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올해 BTW프로그램에는 신청자만 280여 명이 몰렸다. 통영 청소년 사이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범준 씨 어깨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여기에 범준 씨는 또 다른 프로그램도 맡았다. BTW프로그램이 메르스 여파로 연기된 틈을 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통영RCE에서 교육사업팀 인턴PD로 일하고 있는 전범준 씨. BTW프로그램 등 청소년 장학사업을 도맡은 범준 씨는 '마음을 치유하는 기획'을 만드는 게 목표다.

"다음달 21일부터 8월 3일까지 통영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국제 워크 캠프를 맡았어요. 세계 각국에서 모이는 청년·대학생에게 지역사회 문화와 이슈를 체험하게 하고 지역과 세계 문제의 연관성을 폭넓게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죠. 현재 그들이 해야 할 일, 방문해야 할 곳 등 일정 하나하나를 다 짜고 있어요.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 기획'인 셈이죠."

지난 5월 23일 통영RCE는 통영RCE자연생태공원과 공원 내 건물인 세자트라 센터 개장식, 제7차 통영 지속가능발전교육 국제포럼이라는 큰 행사를 치렀다. 범준 씨가 막 통영RCE에 몸담았을 시기와 겹친 까닭에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지새워야 했다. 포럼에서 사용하는 마이크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야 하는 위치 등 행사의 모든 일이 범준 씨를 거쳤다.

"이번 행사에서 보듯이 제가 하는 일이 남들에게 크게 주목받는 일은 아니에요. 뒤에서 묵묵히 바라봐야 할 뿐이죠. 그렇다고 싫증이 나진 않아요. 내 손을 거친 행사가 잘 치러졌을 때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거든요."

범준 씨는 사무실 책상, 에어컨 바람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기획한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현장에서 뛰길 즐긴다.

"대학시절 한 교수님이 해줬던 말을 늘 새기곤 해요. '몸의 병은 의술로 치료하지만 마음의 병은 예술로 치료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누군가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게 진짜 기획 아닐까요. 통영RCE에서 그 꿈을 펼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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