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잃은 백화점식 축제면 곤란…성격 다른 행사 융합하지 못하면 볼거리 없이 프로그램만 늘린 꼴

◇양산시 = 웅상회야제(천성산철쭉제+웅상 4개동 체육대회+양산다문화축제)

◇하동군 =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 섬진강 황금재첩 축제(재첩 축제+돗자리음악회+전국가요제)

"전국 축제들이 비판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똑같은 축제 양산과 비효율성 때문입니다. 봄철이면 벚꽃이 많이 피니까 다 벚꽃축제를 합니다. 벚나무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야 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끌어당겨도 되지만, 곳곳에 벚꽃이 있는데 다 벚꽃축제를 한단 말이죠. 그리고 저 동네에서 하니 우리 동네에서도 하자. 백일장 같은 것은 물론이고 축제마다 빠지지 않는 가수 초청 등 천편일률적인 행사들, 역사성이 애매모호한 것들도 많습니다."

최근 하동군 등 도내 일부 자치단체가 유사한 지역 소규모 축제를 통합해 개최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축제 질을 높이거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선택한 통합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한국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고원규(59) 교수는 지역 축제를 통합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내부 갈등과, 성격이 전혀 다른 축제를 한데 모았을 때 축제 정체성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성급하게 결정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국제대학교 고원규 교수는 도내 일부 자치단체가 축제 통합을 성급하게 결정한 측면이 있다며 작은 축제라도 가치가 있다면 살려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귀용 기자

"이순신 장군 관련 행사를 보면, 전국 8곳에서 열릴 정도로 난립해 있습니다. 전국 축제들이 비판을 받고 '축제 수가 많으냐, 안 많으냐'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축제 통합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통합된 축제 역시 볼거리가 없고 프로그램 수만 늘려 놓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축제를 통합하는 문제는 철저한 진단과 함께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것이죠."

고 교수는 축제 난립과 비효율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치단체들이 대안으로 추진하는 축제 통합에 신중론을 폈다. 오히려 축제 통합으로 지역 내 갈등을 유발하고 축제 정체성이 모호해져 이도 저도 아닌 백화점식 축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융합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사람과 주제와 프로그램이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3가지가 합쳐져서 융합을 이뤄 낼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죠. 그런데 그게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동에서 통합해 열리는 축제일은 7월 말입니다. 시일이 너무 촉박합니다. 1개월 이내에 융합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축제 준비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통합된 축제 대부분이 겪었던 현실입니다."

그는 특히 하동 섬진강 일원에서 열렸던 재첩 축제, 돗자리음악회, 전국가요제 등 색깔이 전혀 다른 축제를 통합함으로써 축제 정체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덩치 큰 축제는 될 수 있는데, 축제 의미와 방향성을 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축제 정체성을 찾는 데는 애로 사항이 많을 겁니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3개가 없어지고 하나가 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하동지역 축제가 생겨난 것과 같습니다. 축제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서로 혹이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서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과 축제 방향이 다른 집단이 모여서 무엇을 공동의 이념으로 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무엇을 풀어낼 것인가가 숙제라는 얘기입니다. 결국 그런 걸 찾지 못하면 통합 이전보다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는 축제의 통합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에 앞서 정말 있어야 할 축제인지 아닌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마을 축제나 아주 작은 축제라도 존재할 가치가 있다면 살려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사실 효율성이 떨어져도 축제를 없애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자치단체장이 있는 것을 없애지는 못합니다. 저항력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죠. 그 대안으로 자치단체들이 축제 통합을 선택했는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올해 두 자치단체의 축제 통합은 실험적인 단계가 될 겁니다. 문제점이 생기면 반드시 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렵더라도 축제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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