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14일 만에 격리 해제…안 시장 '노고 격려'

"무척 힘들고 크게 화가 나셨을 텐데도 오히려 저에게 힘내라 격려해 주신 환자 분들, 갑작스런 격리에 입을 옷이며 속옷도 못 챙겨 난감한 상황에도 한 사람 나가겠다 말한 이 없이 잘 견뎌 준 직원들, 무엇보다 자보와 스티커, 현수막으로 도무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기적을 만들어 저와 환자, 직원들에게 감동 주신 창원시민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웅 창원SK병원장은 끝까지 겸손을 잃지 않았다. 메르스와 치른 14일 전쟁. 분명히 두렵고 힘겨운 시간이었을 텐데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담담하게 그 노고를 환자와 직원에게 돌린 그는 '창원의 메르스 영웅'이라 불릴만 했다.

지난 10일 경남지역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양성 확진자가 나오면서 '코호트 격리'(환자 발생 병동을 의료진과 함께 폐쇄해 운영)에 들어간 창원SK병원이 14일 만인 25일 자정을 기해 격리 해제됐다. 이 병원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외래 진료를 받은 뒤 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115번째 환자가 지난 5일부터 엿새 동안 입원했다.

창원시 보건당국은 10일 115번째 환자 양성 확진 판정 결과를 받자마자 최윤근 창원보건소장 판단과 안상수 시장 결단으로 병원 전면 폐쇄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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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입원해 일반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격리됐던 창원SK병원이 25일 0시부터 격리에서 해제됐다. 25일 오전 안상수 창원시장, 최윤근 창원보건소장,박양동 경상남도 의사협회회장 등이 SK병원을 방문해 박웅 원장과 병원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보건복지부 중앙역학조사팀은 115번째 환자가 입원한 병실을 비롯한 5~7층 3개 층만 폐쇄하고 외래진료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박 원장이 창원시 보건당국 조치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입원 환자 36명, 보호자 9명, 의료진과 직원 40명 등 85명이 병원에 갇힌 채 14일간 메르스와 전쟁을 치렀다.

격리 해제가 끝난 25일 아침부터 병원 직원들은 그동안 쌓인 쓰레기를 밖으로 내놓거나 병원 이곳저곳을 청소하며 외부 인사들 병원 방문에 대비했다. 병원 실내·외 소독과 함께 혹시 모를 감염 전파를 대비해 수십 명 취재진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며 끝까지 경계 끈을 놓지 않았다.

일부 환자들은 가족 도움을 받아 퇴원을 하기도 했다. 입원 환자들도 병원 밖에서 가족을 만나 환담하거나 그동안 못한 은행 업무 등을 보는 등 일상을 되찾았다.

한 입원 환자는 "처음에는 공포감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면서 "병원 내에서만 하는 생활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의료진과 직원들이 신경을 많이 써 줘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격리 해제 소식에 병원을 찾아 보름 여 만에 아버지를 마주한 입원 환자 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병원을 찾아 박 원장과 역학조사관, 병원 기획실장, 간호사, 환자 대표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꽃다발 전달과 함께 그동안 노고에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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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입원해 일반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격리됐던 창원SK병원이 25일 0시부터 격리에서 해제됐다. 25일 오전 안상수 창원시장, 최윤근 창원보건소장,박양동 경상남도 의사협회회장 등이 SK병원을 방문해 박웅 원장과 병원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안 시장은 "여러분 노력 덕분에 창원시가 전국에 메르스 확산 방지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며 "SK병원 정상화를 위해 시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은 모두 다 하겠다"고 공언했다.

최윤근 창원보건소장은 "환자와 병원 의사와 직원들 모두가 1등 공신"이라며 "특히 박 원장은 매일 3차례 감독과 독려를 겸한 전화를 할 때마다 의견을 달리하지 않고 24시간 협조를 잘 해줘 의료계 메르스 대응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이와 함께 "아직 전국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계속 나타나는 추세임을 고려해 대책팀을 계속 유지하며 긴장을 풀지 않겠다"는 다짐했다.

박웅 원장 역시 "퇴원 환자 분들께도 주말까지는 외출을 자제하고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에 연락할 것을 당부했다. 증상 관리 수첩과 위생도구함도 함께 나눠드려 혹시 모를 후일을 대비하도록 했다"며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라 말했다.

이렇듯 창원SK병원 같이 메르스 치료 최전선에 서서 고군분투한 병원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남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메르스 확산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잘못된 메르스 대책으로 피해를 본 병·의원에는 직접적인 보상과 지원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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