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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한 공공의료, 그 구멍을 파고든 메르스

공공병원·1인실 태부족, 환자 통제·관리 부실해

제휴뉴스 webmaster@idomin.com 2015년 06월 25일 목요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검사비, 진료비, 치료비 어떻게 되나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정부 기조는 '국가가 부담한다'입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없습니다. 그래서 확진환자가 아니면 개인이 오롯이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검사·진료 비용을 대부분 건강보험으로 충당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셈입니다.

상당한 수의 감염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은 책임이 없는 걸까요? 국가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번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공공의료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메르스 진료비 부담은 누가?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에 쓰인 막대한 검사비와 진료비 대부분이 건강보험에 전가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진료비는 건강보험, 국가,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건강보험 대상 진료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으로 정해졌고, 건보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메르스 진료비 청구에 대해 건보공단이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조는 '의심환자나 확진환자가 진료비를 부담하는 일은 가급적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내원객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방송을 스쳐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 의심환자 진료에는 기본적으로 1인당 10만 원을 훌쩍 넘는 유전자 검사비가 들고 격리 관찰·진료비로 수백만∼수천만 원이 필요하다. 증세가 심해지면 각종 의료장비 사용료가 추가된다.

이러한 막대한 진료비 부담 대부분을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지우는 데 대해 정당성 문제가 제기된다. 국내 메르스 전파는 1번 환자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두세 명을 제외하고 모두 병원 내 감염인 까닭이다. 원내 감염 원인은 부실한 병원의 감염 관리가 첫손가락으로 꼽힌다.

따라서 메르스로 피해를 본 병원을 지원하는 논의와 별개로, 원내 감염 사고를 낸 병원의 책임을 전혀 거론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와 유사한 건강보험 체계를 갖고 있는 독일 등 유럽 국가는 일정 기간에 원내 감염이 많이 발생한 병원에 건강보험 진료비를 지급할 때 강력한 불이익(페널티)을 주도록 제도화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병원 감염 관련 데이터가 부실하고,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감염 관리 평가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지낸 이상이 제주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이번에 메르스가 대규모 원내 감염으로 악화한 것은 평소 의료기관의 감염 관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정부와 감염 관리에 부실한 병원의 공동 책임"이라면서 "이번 사고를 놓고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에 평상시 원내 감염 등 감염 관리 지표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건강보험 수가(진료비) 보상에 인센티브나 페널티로 반영하는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병원들이 스스로 감염 관리에 신경을 쓰도록 유인하는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어 "근본적으로는, 감염병 대응은 공공의 책임 영역이라는 원칙에 따라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염병에 취약한 의료체계…공공의료 확충 시급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부하던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새로운 감염병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일선 의료진은 '메르스'라는 감염병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제대로 안내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날랐다.

환자가 다닥다닥 붙은 병실 환경, 가족이 모이는 병문안 문화,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려들게 한 의료 전달 체계 모두 이번 메르스 사태를 키운 원흉으로 지목됐다. 결국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못 돼 메르스 감염자 수는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행기 한 번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오늘날엔 지구상 어딘가에서 새로 생겨난 감염병이 언제든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 메르스 이후, 또다른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에 대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의 성패가 방역의 핵심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홍지영 교수는 "결국 감염병 환자를 최초로 진료하는 의사가 감염병을 잡아내느냐에 전체 방역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초 메르스 환자를 무방비 상태로 진료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서울 한 의원의 원장은 완치 후 인터뷰에서 이전까지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부터 메르스에 대비하는 방역 정책 회의를 매주 열고도 관련 정보를 일선 병원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탓이다.

때문에 그 어떤 의사가 신종 감염병 환자를 진료해도 즉시 방역 당국에 보고될 수 있도록 교육, 홍보 등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자의 상태를 간략히 묻고 약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진료를 끝내는 '3분 진료'도 초기 방역 체계를 어렵게 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여행력, 증상 등 감염병 확인에 필수적인 정보를 확인하려면 깊이 있는 문진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의사뿐 아니라 환자도 3분 진료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설령 할 말이 없어도 환자가 귀찮아 할 정도로 깊이 문진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방역망이 제대로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환자들이 몰려드는 이른바 '전국구' 병원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대기하던 14번 환자가 전국에서 몰려든 응급실 환자들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응급실뿐 아니라 가족들의 문병·병간호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충분한 시설과 인력으로 대부분 환자가 1인실에서 진료를 받는다. 가족 대신 이들을 돌봐줄 간호사 인력도 충분하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향으로 정책이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 교수는 "건강보험, 의료 수가 등 얽힌 문제가 많아 단번에 정책을 개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병원도 결국 1인 1실 제도를 정착하도록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런 방향의 정책 수정에는 건강보험료 상승이 필연적이어서 국민의 저항이 불가피하다"며 "적어도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국민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게 된 만큼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의료 중심 의료산업 정책 속에 상대적으로 허술해진 공공의료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 수는 1.19개로 24개 회원국 평균(3.25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격리대상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가 위급한 시기에 통제할 수 있는 공공병원이 많지 않고, 그나마 국공립병원에는 격리병동으로 활용할 1인실도 크게 부족하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주요 원인이 된 병원 내 2차·3차 감염이나,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의 감염도 이런 시설 및 장비 부족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공공 의료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국의료산업노조는 "국내 병원에는 감염병 방지 시설이 부족하고 예방 장비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민간 의료기관이 활용도가 떨어지는 격리 병상 등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의료 시설도 부족해 메르스처럼 전염성이 높은 질병에 대한 대응과 의료진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막상 감염병 발생 이후에 작동해야 할 역학조사망이 허술해 화를 키웠다는 의견도 있다. 역학조사관 중 정규직은 국내에 단 2명뿐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공중보건의 32명을 보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방역 당국은 부실 조사 논란이 벌어진 후에야 90명을 충원했지만, 이들마저도 아직 이 분야에 해박하지 않은 전공의 등이어서 성공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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