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가격 형평성 문제 등 우려…소비자 신선도 확인 방법 없어

본격적인 수박 수확철입니다. 수박을 구매할 때 신선도를 어떻게 판별하시나요. 수박에 달린 꼭지를 보고 구매하는 분이 많다고 합니다. 현행 농산물 표준규격 정보를 봐도 수박 등급판정 기준은 신선도를 '꼭지가 시들지 않고 신선한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수박은 소비자가 구입하기 전까지 꼭지가 그대로 붙어 있어야 상품성을 인정받는다는 관례가 있답니다. 수확·유통 과정에서 꼭지가 떨어지면 가격이 2분의 1에서 3분의 1가량 떨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부분 수박 꼭지를 T자 모양으로 다듬어 유통합니다.

지난 4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대형마트 3사와 공동으로 꼭지 절단 시범유통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꼭지를 1㎝가량 바짝 잘라 유통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유는 T자 수박 꼭지 유통관행을 절단 방식으로 바꾸면 연간 344억~627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농식품부는 앞서 언급한 수박 등급판정 기준도 개정을 추진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이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수행했던, 수박꼭지 유무가 신선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가 그것인데요. 결론은 '제거'라고 합니다. 제품 경도·당도·영양소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더욱이 꼭지를 제거하고 수확·유통할 경우 노동력을 60%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도농기원은 덧붙입니다.

경남은 지역별 수박 재배면적이 2009년 기준 전국 2위(4934㏊)를 나타냅니다. 함안 수박이나 창원 대산면 수박은 전국에서도 으뜸으로 칩니다. 그래서 이번 농식품부 사업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경남 수박 농가는 꼭지 절단 사업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함안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박미선(48) 씨는 취지는 좋지만 우려스런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가 스스로 개인매매를 할 경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좋지만, 대부분 수박 농가는 포전매매를 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는 농민보다 도매상이 봅니다. 또 일부에서 꼭지 없는 수박을 내다보면 상품이 안 되는 수박을 끼워 팔 가능성도 있는데, 그 피해는 오롯이 농민과 소비자가 보는 거죠."

박 씨는 소비자가 수박 신선도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수박 겉면에 수확 날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거나, 당도 표시제를 시행하자는 말도 나옵니다.

시범사업이다 보니 유통 과정에 왜곡이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농협과 대형마트 3사 이외에 다른 곳으로 꼭지 달린 수박이 유통되면 가격 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출하되는 모든 수박에 꼭지를 제거하는 방법까지 거론되는 양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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