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죽암마을 심재효 이장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죽암마을은 '리' 단위 행정구역에서 흔히 보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마을 아래로는 농산물도매시장이 있고 위로는 마산대학이 있다. 그 사이에 난 도로 양쪽으로 주택과 상가가 무리지어 있는 정도가 이 마을 모습이다. 그러니까 논·밭을 끼고 띄엄띄엄 집이 있는 시골 풍경은 아니고 그렇다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 모양새도 아니다. 도시 사람 눈으로 보면 아직 개발이 덜 된 주택가 정도를 떠올릴 수 있겠다. 바위에서 대나무가 솟았다 하여 '죽암'이 마을 이름이 됐는데 예전에는 '대바구'라고 불렸다고 한다.

"옛날에는 대학 덕을 많이 봤는데 요즘은 영 분위기가 그렇네요."

활기를 잃은 마을 분위기를 전하는 심재효(58·사진) 죽암마을 이장 표정이 씁쓸했다. 내서IC에서 나와 마산대학 쪽으로 올라가다 아랫길로 빠지는 길을 따라가면 죽암마을인데, 길 양쪽에 있는 상가에서 활기를 느끼기는 어렵다. 문을 닫은 상가 건물도 있고 빈 점포도 곳곳에 보인다.

"한창때는 마을 길을 따라 당구장만 6개 있었어요. 그러니까 마산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취하고 놀고 그럴 때 마을에 좀 활기가 있었지요."

마을이 활기를 잃은 것은 마산대학이 좋아지면서다. 해마다 신입생 유치 경쟁에 시달리는 대학이 먼저 정비한 것은 학교 시설이었다. 기숙사가 생기고 복지시설을 비롯해 소비시설까지 대학 안으로 들어오면서 학생들은 굳이 교문 밖으로 나갈 이유가 별로 없게 됐다. 학생들에게 방을 빌려 주고 학생들 씀씀이로 살림을 꾸렸던 마을 사람들에게는 막막한 변화였다. 그렇다고 대학이 살길을 찾고자 시설을 개선한다는데 이를 막을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지요.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려니 하면서 사는 것이지요."

심 이장은 죽암마을에서 태어나 자랐고 살고 있다. 지난 2002년 3월 이장을 맡으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장 활동으로 지난 2013년 창원시 표창을 받았으며 지난해는 경남도가 뽑은 '모범 이장'으로 패를 받기도 했다. 심 이장은 지난해 내서읍 71개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자율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심 이장이 활동 중 가장 큰 성과로 꼽은 것은 마을회관과 주민 체력단련실이다. 풀이 죽었던 목소리도 마을회관과 체력단련실을 얘기할 때는 잠시 활기를 띠었다.

"옛날 마을회관이 너무 좁고 건물이 오래돼 지난 2005년에 신축 공사를 시작해 2006년에 완공을 했지요. 다른 것은 몰라도 마을회관은 아마 우리 마을이 가장 나을 것입니다."

마을회관 바로 앞에 지은 체력단련실은 2009년에 지은 것이다. 헬스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운동기구를 들여놓아 주민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보통 마을회관 안에 운동기구를 들여놓는 경우는 있지만 체력단련실 건물을 따로 운영하는 마을은 흔하지 않지요.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죽암마을이 마산대 효과를 잃으면서 마을 분위기가 한풀 꺾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심 이장은 또 한 가지 원인을 꼽았다. 바로 내서에서 함안으로 넘어가는 국도 1004호선 개통이다. 2005년 함안군 구간을 먼저 개통하고 2007년 함안에서 내서읍 구간이 뚫리면서 국도 1004호선이 완공되는데 이 도로가 마을에 재앙이 된다.

"국도 1004호선이 생기면서 사람들이 마을을 지나갈 일이 없게 됐어요. 그래도 유동인구가 꽤 많은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조용해졌잖아요. 길을 만들 때부터 그런 걱정을 했었는데 실제 완공되고 나서 본 피해는 상상 이상이에요. 길 하나 뚫는 것도 행정이 참 신중해야겠더라고요."

심 이장은 조용했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기로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눈여겨보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마을에 생기가 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지역주택조합이 시행사로 나서고 ㈜서희건설이 시공을 맡는 아파트는 곧 조합원 총회가 열린다.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이번 아파트 건설을 잘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마을이 활력을 찾을 계기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밖에 없다고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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