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 후] 유쾌한 부부가 써 내려가는 '랄랄라 인생'

지난 2월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인터뷰를 위해 창원에 사는 손견익(52)·박분선(52) 부부를 만났다.

결혼한 지 27년 된 부부는 얼굴을 서로 바라볼 때마다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주위 사람까지 기분 좋게 하는 유쾌한 매력도 발산했다.

제대로 된 데이트도 없이 속전속결로 결혼까지 하게 된 두 사람 이야기를 기분 좋게 들었다.

그런데 아내 박 씨가 "제가 글을 직접 써서 보내드려도 될까요"라고 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메일로 글을 보내왔다. 별로 고칠 부분 없이 그대로 신문 지면에 담겼다.

시간이 좀 지나 부부 근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박 씨가 책을 냈기 때문이다. 책 제목은 <나는야, 날랄라 아줌마!>다.

3번째 만남에서 약혼식, 5번째 만남에서 결혼한 사연을 전한 손견익·박분선(오른쪽) 부부. 박 씨는 최근 지난 인생 이야기를 추려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경남도민일보 DB

책 표지에는 '사랑과 믿음으로 모범 군인가족 일군 창원 주부이야기'라고 설명되어 있다.

박 씨에게 책 이야기를 꺼내자 쑥스러워했다.

"봄에 갑작스레 준비하게 됐어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감상문을 써봤어요. 제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이 보시더니 '책을 한번 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하셨어요. 평소 글 읽는 건 좋아하지만, 써본 적은 별로 없어서 망설여지기는 했죠. 그냥 일기 쓰듯이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죠. 제가 직접 쓴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글이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됐잖아요. 그것도 자신감을 불어넣은 큰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잘 썼든 못 썼든 한 달도 안 돼서 끝마쳤어요. 하하하."

책에는 박 씨 자신, 남편, 그리고 두 아들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남편 손 씨의 짧은 글 몇 개도 함께 담겨있다. 손 씨 페이스북 대문 사진은 책 표지이다.

남편과는 3번째 만남에서 약혼식을 얼렁뚱땅 올렸다.

군인인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휴가를 나왔다. 박 씨와 전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약혼식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5번째 만남에서는 결혼식까지 올렸다.

박분선 씨 저 〈나는야, 날랄라 아줌마!〉

세월이 흘렀지만 책에는 박 씨의 황당함이 스며있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흠보다는 자랑으로 가득 차 있다.

책에서는 아들에 대한 흐뭇함도 빼놓지 않았다. 중학교 때까지 반에서 꼴등이던 큰아들이 고등학교에서는 전교 1등을 했다고 한다.

둘째 아들은 부사관으로 근무 중인데, 아들의 출중한 외모 자랑을 숨기지 않는다.

박 씨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는야, 날랄라 아줌마>라는 책 제목이 금방 와 닿을 것이다.

"평상시에 말을 쉬지 않고 끊임없이 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하죠. 시댁에서는 '날랄라 제수씨'라고 불러요. 그래서 이 말을 제목에 넣어보자고 한 거죠. '날라리'가 아닌 '날랄라'이니 주의해서 읽으셔야 해요. 하하하."

책은 모두 1000권을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점에 나와있지는 않다.

"판매해서 수익금을 좋은 데 써볼까라는 생각도 했죠. 하지만 요즘 책 사보는 사람이 예전보다 없잖아요. 주로 주변 분들에게 선물로 드립니다. 얼마 전 창원에서 함안 군북으로 이사했는데요, 이삿짐 직원분들에게도 한 권씩 드렸어요.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어서 술술 잘 읽힐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 또 책을 쓰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마음잡고 쓰면 쓸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서 어디 내놓기 부끄러워요. 책은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해요. 시·군에서 내는 신문을 보니 독자 글도 게재되더라고요. 이런데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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