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급식 감사' 다시 꺼내들어…교육청 "권한 있다더니, 모순"

경남도가 다시 학교급식 '감사카드'를 들고 나왔다.

경남도는 도 감사권을 명문화하는 '학교급식 지원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홍준표 도지사와 시장·군수는 지난 2일 정책회의에서 도의회 중재안에 대해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기도 했었다.

도교육청은 권한이 있다던 도가 감사권 명문화를 위한 조례 개정을 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학교급식 파행의 시작이 됐던 학교급식 감사 공방이 재연될 형국이다. 홍 지사는 지난해 10월 학교급식 감사에 도교육청이 거부하자 "감사 없이 지원 없다"며 급식비 지원을 중단했었다.

강해룡 도 농정국장이 22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학교급식 지원 조례 개정 추진을 브리핑했다. 개정안 핵심 내용은 "도지사는 지원된 급식 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지도·감독하여야 하며, 감사를 실시하여야 한다"로 개정하는 것이다.

강해룡(가운데) 경남도 농정국장이 22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학교급식 지원조례 개정 추진을 브리핑하고 있다. /표세호 기자

도는 조례가 개정되면 지난 2011년부터 4년 동안(도비와 시·군비 3040억 원 지원) 학교급식에 대해 감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국장은 "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급식 비리를 은폐하려는 저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감사를 통해 급식 비리를 철저히 파헤쳐 아이들에게 보다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도민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경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경남에 급식 비리가 만연돼 있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교육청이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급식 비리가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특히 "끝까지 대등한 독립기관이라고 주장하면서 감사를 거부한다면 예산도 당연히 독립하는 것이 마땅하며 지원 요청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감사 없이 예산 지원 없다는 원칙에 따라 학교급식 예산 지원에 대한 감사 조항을 명문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법과 기존 조례로도 학교급식 감사를 할 수 있다던 도가 조례를 개정해 과거 급식비 감사를 하겠다는 데 대해 '소급 적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 국장은 "소급 입법은 아니다. 감사 거부 억지를 부리니까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와 학교급식 예산 지원 관계에 대해서는 "감사와 앞으로 예산 지원은 별개다. 교육청이 선별급식을 수용하면 지원할 수 있다"고 했으며, 추진 중인 도의회 행정사무조사와는 별개라고 했다.

도교육청은 도 감사권을 명문화하는 조례 개정 추진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도교육청은 "감사 권한이 없는 자의 불법적인 감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음에도 도는 그것이 마치 급식 비리를 은폐하려는 의도인 것처럼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대등한 도 단위 집행기관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될 무례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육기본법·지방교육자치법·유아교육법·초중등교육법 등 교육관련법에 급식행정은 학사행정이고 교육·학예에 대한 권한, 학교에 대한 지도·감독과 감사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고 거듭 밝혔다. 또한, 감사원이 중복감사를 방지하고자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인 점을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도 주장처럼 도지사가 교육감을 대상으로 감사를 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감사를 거부한 도교육감을 고발하면 될 것"이라며 "느닷없이 학교급식 지원 조례를 개정해 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감사 주장이 근거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학교급식 감사권 논란이 일자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놓았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9월이 돼야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도가 입법예고 기간 20일을 거치면 내달 14일 시작하는 7월 임시회에 맞춰 의회에 미리 제출할 수가 없다. 8월에는 의회가 열리지 않으니 빨라야 9월 임시회에서 조례 개정안이 다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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