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처음 확진판정을 받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완치됐고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음으로써 지역사회가 메르스 공포로부터 슬슬 벗어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 심리나 위축된 지역 상권 등도 정상화될 것이다. 그러나 환자와 그 가족들, 환자와 접촉한 의료인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이들 등 지역사회와 격리되었던 이들의 사회 복귀 문제가 남아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처음 나왔을 때,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고 지역 병원을 전전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아다녔다. 환자와 가족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도 전파됐다. 신상이 '털린' 환자와 가족은 질병에서 풀려나더라도 지역사회 복귀 과정이 순조로울지 의문이다. 메르스 확진환자라면 불특정다수가 당사자와 가족의 신상정보를 공유해도 되느냐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원치 않은 신상 공개가 개인정보보호와 인권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고, 지역사회가 공포의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확진환자가 아닌 자가격리 대상자조차 신상이 드러나 주위의 눈총을 받거나 직장을 잃기도 한다는 건 야박할 정도로 과민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웃의 아픔을 배려하기는커녕 배척하는 풍조를 나무라기 전에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누구나 전염성 질환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정상적이다. 더욱이 메르스처럼 최근 발견되어 잘 모르는 질환일수록 보건당국은 질병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고 질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메르스 예방책은 메르스를 감기처럼 낮추어 보는 태도가 만연하다. 손을 잘 씻고 발열 환자와 접촉하지 말라는 지침은 바이러스 질환이 창궐하지 않아도 지켜야 할 일상 수칙일 뿐이다.

메르스를 '중동독감'으로 표현하고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을 늑장 공개하고 유언비어 단속에 집중하면서 정부는 질병 관리 능력이 없다는 것만 확인시켜 주었다. 바이러스 질환보다 지역주민 간 연대의식 상실과 불신이 더 큰 질병임을 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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