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느낌'과 거리 먼 소개팅. 마음 표현 적극적 하니 바뀌어 3년간 연애하며 상대방 이해해

사람 관계에서 첫 만남, 첫인상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리 의미 없을 때도 종종 있다. 좀 더 알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진짜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한다. 2013년 12월 결혼한 박은우(32·사진 오른쪽)·신난희(30) 부부도 그렇다.

둘은 '선생님 부부'다. 학교는 다르지만 창원에서 고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친다. 처음 만나게 된 것도 동료 선생님 소개였다. 은우 씨가 발령받고 3년쯤 됐을 때다.

"학교 일이 어느 정도 안정되니 옆에 누군가 없다는 사실에 살짝 허전하더라고요. 마침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이 '아주 괜찮은 여선생님이 있다'며 만나보라고 하더군요."

둘은 소개팅 자리에서 남들과 비슷한 시간을 보냈다. 흔히 말하는 '강렬한 첫 느낌'과는 거리 멀었다.

"연애를 하다 심하게 실패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문에 스스로 여자 보는 눈에 대한 믿음이 없었어요. 소개해주시는 분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며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셨기에 믿어보기로 한 거죠."

둘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주말에는 가벼운 데이트도 즐겼다. 난희 씨는 이전까지 연애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은우 씨를 대하는 모습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런 난희 씨를 보며 은우 씨는 '관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는 관계를 좀 더 발전하고 싶었는데, 이 사람은 반응이 별로고, 연락도 잘 안 했어요. 주선자에게 편치 않은 마음을 솔직히 털어놨어요. 그랬더니 얼마 후 먼저 연락이 오더라고요. 주선자가 제 얘길 전했던 거죠. 그때부터 마음을 서로 적극적으로 표현했죠."

은우 씨는 난희 씨가 아주 내성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시간이 꽤 지나고서야 아주 발랄하고, 애교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난희 씨에게 특히 마음이 간 건 이런 점 때문이었다.

"연애 경험이 없어서 서툴고 실수할 때도 있고 그랬는데요, 자신이 부족하거나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우기지 않고 사과를 해요. 그리고 그걸 고치려 노력하더군요. 실제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감동했죠. '이 사람이라면 우리 관계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도 정말 좋았습니다. 늘 북적거리면서 대화가 끊이지 않는 분위기 말이죠. 제 외가 쪽도 그렇거든요. 비슷한 가족 분위기가 좋게 다가왔습니다."

은우 씨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생물'이다. 대학교 같은 과에 여학생이 많다 보니 자신도 중성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자 심리를 비교적 잘 알게 됐다. 그러한 부분이 난희 씨에게는 섬세하고 배려심 많은 남자로 느껴졌다.

3년이라는 연애 기간은 서로를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서로에 대해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그 선을 넘지 않으려 배려했다.

결혼식 때는 각각의 학교 아이들로 북적였다. 축가도 은우 씨 아이들, 난희 씨 아이들이 각각 들려주었다.

'선생님 부부'라는 점,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힘든 점을 뻔히 알다 보니 서로 위로 되는 부분이 많죠. 제가 고3 담임을 맡고 있는데, 학교 일을 모르는 사람과 살고 있다면 타박도 많이 받을 텐데 전혀 그럴 일이 없죠. 그리고 공휴일·방학 때는 같이 쉴 수 있으니 참 좋은 것 같아요. 안 좋은 점은…. 각자 월급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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