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메르스 퇴치 '신뢰 회복'에 달렸다-메르스와 싸우는 이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따른 정부 불신과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공무원과 의료진을 향한 시민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러한 시선이 그들을 더욱 지치게 했다. 하지만 공무원과 의료진은 묵묵히 메르스와 싸워나갔고 다행히 이들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응원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현재 경남지역의 메르스 상황은 다소 진정국면으로 바뀌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들은 최일선에서 메르스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욕먹으면서 일해요" = 지난 19일 오후 2시 30분 창원시 메르스대응대책본부를 찾았다. 약속을 하고 찾았건만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기에 현성길 TF 팀장은 "도저히 말할 시간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저녁 시간에 현 팀장과 마주했다.

메르스대응대책본부가 꾸려진 건 지난 11일, 경남에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부터다. 전화가 빗발치듯 왔다. 초반엔 항의가 많았다. 정부의 초동 대응이 실패했다며 "너네들이 하는 일이 뭐냐", "세금만 축내고 있다"며 따졌다. 욕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 그런 전화가 반복되니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 팀장은 "메르스 의심 자가격리자에 대한 일대일 매칭을 하면서 하루에 2통씩 유선전화로 관리를 한다. 열이 있느냐, 기침은 하느냐, 머리가 아프냐 등을 물어본다. 자가격리자는 집에서 나올 수 없어서 체온계, 마스크, 손세정제는 일괄적으로 지급하고 생필품 등이 필요하면 대신 장을 봐준다"고 말했다.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보건소에 마련된 창원시 메르스대응대책본부에서 직원들이 쉴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와 함께 시간대별 상황변화를 신속히 알려주기 위해 잠시 쉴 틈도 없이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자가격리자 가운데 일부는 계속되는 전화에 짜증을 냈다. 경남 첫 확진자가 완치되자 "우리는 왜 격리해제가 안 되느냐"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현 팀장은 "야간당직을 하면 다음날 쉬어야 하는데 오후 11시까지 일한다"면서 "때론 힘들지만 웃으면서 일하려고 팀원들과 노력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에게 응원을 당부했다.

◇"기적을 믿습니다" = 지난 20일 경남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ㄱ(77) 씨가 완치됐다. 위유미 삼성창원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1일 오전 1시부터 중환자실 내에 있던 음압격리병실에서 ㄱ 씨와 함께했다. ㄱ 씨가 완치되기까지 위 교수는 병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물이 필요없는 샴푸로 머리를 감고, 일회용 용기에 담긴 밥을 먹으면서 ㄱ 씨를 치료했다.

삼성창원병원 홍보관계자는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에 위 교수님이 본인 혼자서 ㄱ 씨를 돌보았다. 음압격리병실은 1인실 침대가 들어가는 공간이며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은 안에서만 열리는 구조다. 그 옆에 환자를 볼 수 있는 컴퓨터가 있고 간이침대가 있다. 위 교수님은 환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분이고 언론 노출을 꺼리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창원SK병원에 입원한 지 6일째 되던 날 ㄱ 씨는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SK병원 환자, 병원 관계자 등 85명은 병원 안에서 지내야 했다. 환자와 의료진이 바이러스 잠복 기간인 14일 동안 병원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코호트 격리가 취해졌기 때문,

애초 질병관리본부는 창원SK병원에 대해 5~7층만 코호트 격리하고, 응급실을 포함한 외래 진료는 정상적으로 운영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박웅 원장은 병동 전체를 폐쇄했다.

박 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고민은 있었지만 감염을 최소한 막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었고 이 안은 꼭 지키겠다는 일념이 있었다. 말없이 제 결단을 따라준 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번 일로 저희 집 주소와 애들 이름까지 낱낱이 공개되고 학교에 민원성 전화가 많이 왔다. 코호트 격리가 끝나는 24일까지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 찾아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사실 저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응원도 많이 해줬다. 저는 기적보다 과학을 믿었던 사람인데 이번 일로 기적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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