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식 의원 "급식예산 점검"…도청 '면죄부'의심 눈초리도

경남도의회 6월 임시회 마지막 날이던 지난 18일 회의 순서에 없던 안건이 갑자기 상정됐다. 박춘식(새누리당·남해) 의원이 의원 31명이 발의한 '도교육청 학교급식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권 발의 건'을 상정해 압도적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 직후 김윤근 의장은 이날 오전 도청·도교육청 양 기관의 도의회 중재안 최종 의견서 내용을 공개하며 중재 중단을 선언했다.

학교급식 지원 중단 사태 책임은 십분 양보해도 도청과 도교육청 양쪽에 있고, 특히 도교육청이 중재회의 기간에 전향적인 수정안을 낸 것과 달리 도청은 끝까지 기존 안을 고수했는데도 도의회 차원의 급식 감사인 행정사무조사 카드를 도교육청에만 내민 것은 도의회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이 절대다수인 도의회가 과연 어떤 의도로 이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지난 18일 도의회 본회의를 마치고서 도교육청 학교 급식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발의한 박춘식 도의원이 브리핑룸을 찾아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행정사무조사 = 지방자치제도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 두 제도는 아주 생소할 것이다. 국회로 치면 행정사무감사는 국정감사, 행정사무조사는 국정조사다. 국회가 상임위별로 담당 중앙부처와 산하기관, 광역행정기관을 상대로 정기국회 회기 때 하는 것이 국정감사라면,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 때 '공공의료 정상화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해 시행한 것이 국정조사다.

광역(도)의회로 보면 광역행정기관(도청·도교육청)을 감시하는 양대 권한이 행정사무감사와 행정사무조사다. 행정사무감사와 조사의 차이는 그 대상이 업무 전반이냐, 아니면 특정 사안만을 대상으로 하느냐, 그리고 정기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문제 발생 때 조사 기간을 정해 수시로 하느냐는 차이가 있다. 그 외 방법이나 절차는 같다. 다만, 행정사무조사는 관련 특위를 꾸려 하고 행정사무감사는 해당 상임위가 맡는다.

1991년 지방의회 재개원 뒤 경남도의회가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한 사례는 모두 10번이다. 가장 최근 예가 2007년 10월 말부터 2008년 6월 30일까지 8개월간 시행한 '진해 신항만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특위' 활동이다.

이 특위는 결과보고서를 채택해 경남도에 8가지 처리 의견을 전달해 시정을 요구했다. 당시 특위 요구 사항에 대해 도청은 사법부가 지방 사무가 아니라고 한 항계 변경과 신항 명칭 변경만 빼고 대부분 처리 의견을 이행했다. 지방자치법과 관련 조례에는 시정 요구 불이행 시 처벌 규정을 담고 있지 않지만 행정사무감사권과 예산 심사권이 있는 도의회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행정기관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또 행정사무감사(14일 이내)보다 조사기간이 훨씬 길어 행정기관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행정사무조사는 다른 광역의회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9월 공기업특위를 구성해 부산시 산하 공기업 경영실태 조사를 최근 한창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도 올 4월 '남산케이블카 운용사업 독점 운영 및 인·허가 특혜 의혹 규명을 위한 특위'와 '하나고 자율형 사립고 지정과정 특혜 의혹 진상 규명 특위'를 각각 꾸려 행정사무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청과 시교육청을 조사대상으로 삼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조사권 발동 '도청엔 면죄부 도교육청에는 책임 전가' 위한 수단? = 급식 중단 반대를 해온 도내 학부모와 급식 단체와 야권 대부분이 도의회 조사권 발동을 도의회 중재안 불수용에 따른 도교육청에 대한 보복성 차원으로 본다. 이런 시각은 지난해 11·12월 예산심사 과정에서 도교육청의 떨어지는 정무적 기능이 일부 원인이기는 했지만 도청 급식 지원 예산을 깎아 서민자녀교육지원 예산으로 급히 편성하고, 도교육청 급식 예산 중 세입에서 도청 예산을 깎은 것은 도의회가 한쪽 행정기관에 쏠린 감시와 예산 심사를 했다는 비판의 연장선상이다.

새누리당 도의원도 이런 시선이 가장 부담스럽다.

물론 조사권 발동이 6월에 갑작스럽게 나온 것은 아니다. 김 의장은 "올해 자치단체 급식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도교육청 1차 추경예산안이 도의회로 넘겨진 2월 말부터 조사권 발동 얘기가 나왔고, 5월 임시회 때도 상정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도의회가 중재 시도도 하지 않고 조사권 발동만 하면 한쪽 행정기관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자제를 요구해왔다. 6월 회기 마지막 날 이미 요건을 갖춘 의안을 해당 의원이 상정해 규정상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정 움직임은 3월 임시회부터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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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도교육청 예결특위에 두 차례 참여해보니 예산 문제를 점검할 필요성을 느꼈다. 조사 대상이 도교육청인 만큼 도교육청 급식 사무와 예산에 집중되는 점은 없지 않겠지만 특위 활동 기간에 토론회 등 다양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밟는 장을 만들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 말을 빌리더라도 조사 대상이 도교육청 자체 예산인 만큼 우려 섞인 시선을 완전히 걷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10·11월 예산 편성과 심사 때 도교육청 압박 수단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학교급식 행정사무조사 건은 이후 특위 구성과 위원 선임 협의, 특위 구성과 위원 선임, 조사계획서 승인 등 세 단계를 밟아야 해 이르면 7월 정례회 때, 늦으면 9월 임시회 이후 활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조사기간은 6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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