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공정한 사회'라는 심리 현상

1960년대 미국에서 이러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한 여성을 마치 고문하는 것처럼 보여줬다고 한다. 고문을 멈출 수 있는 권한을 일부에게는 주고, 일부에게는 주지 않았다. 실험 후 고문당한 여성에 대한 평가가 시작됐다. 그러자 후자에 속했던 이들은 고문당했던 여성의 외모 혹은 성격에 대해 매우 안 좋게 기술했다고 한다.

즉 '고문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정당화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메르스 관련한 지금 우리네 모습에 대해 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고재홍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나쁜 일이 있으면 나쁜 원인,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원인이 있다고 믿어요. 나에게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때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라고 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것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죠. 그래야 세상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걸 '공평한 세상(just world)' 현상이라고 합니다. 심리적으로 그런 게 있다는 거죠. 병에 걸린 사람이라든지, 강간을 당한 사람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 겁니다. 배려가 없거나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그런 생각 속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한편으로 메르스 관련자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는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도 스며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자기 기대에 부응하는 사실만 귀에 들어와요. 그걸 '선택적 주의집중'이라고 합니다. 어떤 정보에서 자기 생각에 부합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다른 것은 잘 안 보인다는 거죠. 그래서 그것만 더 믿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동의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불편해하는 경향도 있죠."

그럼에도 이런 현상에 부합하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메르스 의심자가 몇 있는 창원지역 한 기업체에 근무하는 이는 "개인을 탓할 일이 아니죠. 이유야 어찌 됐든 간에 가장 힘든 사람들은 확진자·의심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잖아요"라고 위로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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