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차가운 시선 쏟아내는 이들…"수사 의뢰 조치 더 괘씸해"

메르스 영향은 특히 노인들에게 크다. 경로당·종합사회복지관 같은 곳이 폐쇄되면서 발걸음 할 곳도 많지 않게 됐다.

창원시 성산구·의창구 쪽과 달리 마산합포구 어느 경로당 안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1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곳도 문 닫을 예정인데 이날은 청소 때문에 함께 모였다고 했다. 메르스 이야기를 꺼내자 한 할머니는 "요즘은 눈치 보여서 기침도 못 한다"라고 했다.

도내 확진자 이야기로 넘어가자 한 할머니는 목소리를 높였다.

"(도내 확진자) 그 할머니가 (삼성서울)병원에 갔다 왔으면 어느 정도 눈치를 채야지. 나라가 난리인데 그 정도 모르나. 스스로 '이렇게 다녀도 되겠나'라고 생각해야지. 그 자식들은 또 뭐했는지…."

개인정보 유출로 수사 의뢰한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한 할머니가 "이름이나 주소까지 알려졌으니 거기서 살기 안 힘들겠나"라고 안타까워하자, 다른 할머니는 "아무리 그렇다 해도 자기들 때문에 창원이 난리인데, 수사 의뢰해서 어찌할 건데. 창원시민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할머니는 "(음성 판정받은) 창원에 있는 학교 선생이라는 사람도 그래. 인터넷에 올라갔다고 억울하다고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라. 서울 갔다 와서 학교에 발들인 게 잘못이잖아"라고 했다.

그래도 할머니들은 "입장을 바꿔치기하면 다르긴 한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 원망스럽다는 거지"라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 한 게이트볼장에는 남녀 노인 10여 명이 운동을 마친 후 약주 한잔하고 있었다. 앞서 경로당보다는 차가운 시선은 덜했지만, 그렇다고 메르스 관련 가족을 염려하는 얘기는 없었다.

도내 최초 확진자 할머니가 이렇게 비난받는 이유는 의심 증세가 있었음에도 숨기고 있다가 일이 커졌다고 전해졌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거쳐 간 창원SK병원 격리자는 이렇게 전했다.

"여기 병원 선생님이 숨김없이 설명해 주었는데, 병원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계속 추궁하자, 할머니 가족이 그때야 삼성서울병원 다녀온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하더군요."

아이들 걱정까지 동시에 해야 하는 엄마들은 비난 강도가 세다. 특히 좀 더 자유로운 온라인 공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도내 한 지역 아이 엄마들 모임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아~ 진심 저 할머니랑 가족들 욕 나오네요. 오히려 창원시민들이 다 나서서 단체로 고소해야 할 듯. 양심 없는 ○○들인가 봐요.'

'연세 높으신 분들은 고집불통인 분들이 많죠. 그럼 가족이라도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데. 에고… 이기주의네요. 이기주의.'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