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메르스에 닫힌 마음…격리보다 힘든 멍에

메르스 확진자가 머물렀던 창원SK병원은 임시 폐쇄되고 85명이 격리 중이다. 지난달 말 이곳에 입원했다가 격리된 ㄱ 씨는 이런 마음 앓이를 전했다.

"우리는 확진자도 아닌데, 가족들이 면회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꺼리고 있습니다. 처제가 학교 교사인데 학부모들이 나오지 말라 해서 못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병원에 음식 주러 왔다 갔다 하다가 자가격리됐습니다. 집으로 방문하겠다는 창원시 연락을 받은 집사람 마음은 어땠겠어요. 안 그래도 제가 SK병원에 있는 걸 주변에서 다 아는데, 시 관계자들이 오가면 사람들이 더 오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병원에 함께 격리된 다른 사람 이 이야기도 전했다.

"가족 중 누군가는 '너희 아버지가 병원에 있는데 너는 왜 돌아다니느냐, 병원으로 들어가라'는 이야길 들었다고 합니다. 여기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 증세가 없는데, 가족들이 그런 수모를 당하는 거죠. 우린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채 그런 이야기까지 들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음성 판정받고 나가더라도 한동안 (그런 시선 때문에) 고생하겠죠."

격리된 이들은 의사·환자 할 것 없이, 힘든 마음을 함께 주고받는 동료애를 느끼고 있다고 ㄱ 씨는 전했다.

메르스 영향은 노인들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메르스 확진 지역 가운데 경로당·종합사회복지관 대부분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들이 메르스 관련자에 대한 시선도 인색하게 만들었다. /연합뉴스

도내 첫 확진자 가족은 증세가 있음에도 삼성서울병원 방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공동병실을 사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탄받고 있다.

가족 이름·주소·전화번호가 SNS상에 뿌려졌다. 이에 가족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자, 사람들은 '낯짝도 없다'며 또 한 번 공격하고 있다.

확진자 가족 이야기를 듣고자 전화 인터뷰 요청을 했다. 가족들은 의견을 나눈 끝에 '지금은 곤란하고 할머니 건강이 회복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라며 정중히 사양했다.

다만 지난 11일 '확진자 가족 친구'라는 이가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드러낸 채 SNS상에 가족 대변 글을 올렸다.

'어떤 분께서 창원메르스 확진환자가 병원에 메르스 확진인 거 알고서도 소동 피우고 난리 쳤다고 카톡 내용 캡처해서 올리셨는데요, 그에 대응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 언론에서 협조 안 했다느니 유언비어 퍼트리고 있는데 절대 사실 아니고요, 멀쩡한 사람 신상 털려서 고소했더니 사람들이 왜 고소했냐고 욕 문자가 새벽까지 날아온답니다. 이 가족분들 입장에서 억울한 거 한 번 더 생각해 주시고 유언비어 퍼트려주시지 마세요.'

이 글을 올린 이는 애초 이러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퍼 나르다 결국 자진 삭제했다. 관련 댓글에는 육두문자가 난무했다. 페이스북 한 그룹방 운영자는 "욕설 댓글 지운다고 하루 내내 애먹었다"라고 했다.

삼성창원병원은 애초 메르스 발생 초기 괴담에 시달렸고, 지금은 도내 첫 확진자를 음압병실에 격리 중이다. 여기서 일하는 이들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전했다.

"어느 직원은 집에 가니까 초등학생 딸이 '병원에 환자 있다면서 집에서는 왜 마스크 안 해' '아빠 옆에서는 안 잘 거야'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도 세 살 된 아이가 있습니다. 맞벌이 때문에 부모님께서 돌봐 주시는데요. '당분간은 데려가지 말고 내가 맡겠다'고 하시더군요. 서로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씁쓸한 것도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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