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학원서 좋지 않았던 인상 대학서 달라진 모습에 서로 놀라…11년 연애, 단 한 번도 다툰 적 없어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권순일·백지영 씨는 31살 동갑내기 부부다. 스무 살 시절 대학교 과 동기로 만나 11년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둘은 고등학교 때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것도 그리 좋지 않은 기억으로 말이다. 지영 씨는 기억을 떠올렸다.

"둘 다 경남대 근처에 살았는데, 미대 입시를 위해 같은 미술학원에 다녔어요. 수업 마치고 통학차도 가끔 타는 사이였습니다. 저는 이 남자를 보고 '왜 저렇게 못생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신랑은 '못 생긴 게 시끄럽기까지 하네'라고 생각했다고 하데요. 제가 좀 재잘재잘 많이 떠드는 편이었거든요."

이후 둘 다 경남대 미술교육과에 합격해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를 전혀 못 알아봤다고 한다.

"신랑 머리카락이 곱슬이거든요. 고등학교 때 그런 모습이었는데, 대학 와서는 베이비 파마를 해서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요. 동일 인물인지 전혀 몰랐던 거죠. 입학 후 한 달쯤 지나서야 얘기나누다 알게 됐어요. 처음에 너무 놀라서 경악했죠."

왼쪽부터 백지영, 권순일 씨.

둘은 여전히 집이 가까워서 학교 밖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먼저 마음을 표현한 것은 여자 쪽이었다.

"무뚝뚝한데도 가끔 툭툭 내뱉는 말이 정말 재미있는 거예요. 고등학교 때 이미지는 사라지고 전혀 새롭게 다가온 거죠. 배려가 몸에 밴 남자는 아니었지만 날 챙겨주는 느낌도 많이 들었고요."

지영 씨는 친한 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았고, 그 친구가 순일 씨에게 대신 전했다. 그리고 둘은 술자리에서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사귀게 되었다. 그때가 입학한 지 한 달 조금 지난 2004년 4월 17일이었다. 11년간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다.

학교 다닐 때는 주로 피시방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이유가 있었다.

"신랑이 수업 마치면 학교 밑에서 피시방 하시는 아버님 일을 도와드렸어요. 데이트하고 싶어도 신랑은 한결같았어요. 어쩔 수 없이 제가 피시방으로 가야 했죠. 그러다가 아예 저도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2년 정도 했어요. 저희 관계에 대해 아버님께는 친한 친구라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탄로가 났죠. 아버님이 워낙 부드럽고 유머러스하신 분이시라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서로 '심쿵'하는 마음이 무뎌질 무렵, 남자는 군대에 갔다. 서로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솟아올랐다.

"그전까지 매일 같이 붙어 다녔는데, 하루아침에 옆에 없으니 마음이 너무 공허했어요. 창원에서 멀지 않은 진주 공군부대라 주말마다 면회를 갔습니다. 혼자가 아닌 신랑 부모님과 함께 말이죠."

이렇듯 대학 시절부터 양쪽 집안에서는 서로의 존재를 알았다. 특히 지영 씨는 '이 남자와 결혼해야겠구나'라는 마음을 자연스레 품고 있었다. 남자 마음도 같았지만 안정적인 여건 마련을 위해 올해 4월 26일에야 결혼식을 올렸다.

돌아보면 둘은 지금까지 다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헤어질 뻔한 적, 힘들었던 시기가 정말로 없었던 것 같아요. 싸울 만한 분위기가 애초 안 만들어져요. 서로 기분 나빠할 지점을 알고 있어서 그 선을 절대 안 넘는 거죠. 결혼하고 나서도 서로의 생활습관에 대해 최대한 존중하려고 하죠. 주변에서는 '너희는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았다'고들 해요."

사실 두 사람 인연은 고등학교 때가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있었다. 둘 다 1985년 9월 6일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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