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한 차례 사회복지센터서 13년째 쉬지 않고 미용봉사 "봉사는 여유 생길 때가 아니라 곧장 실천해야 할 수 있는 것"

매달 한 번씩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창원시사회복지센터를 찾는 '귀인'이 있다. 그는 센터를 방문해 2시간가량 홀몸 노인과 장애인들 머리를 어루만져주곤 조용히 자리를 뜬다. 3656시간, 우종덕(60·창원시 사파동) 씨가 이곳에서 미용봉사를 한 시간이다.

13년을 쉬지 않고 봉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 씨는 13년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그냥 할 일 한 것"이라며 무덤덤하게 말한다.

우 씨는 1997년 5월 경남종합사회복지관(창원시 구암2동)을 찾았다. 가정 문제 때문에 고민이 쌓이면서 '방향'을 잡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삶의 중심을 잡고자 봉사하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미용봉사는 이후의 일이었다. 처음엔 상담봉사로 시작했다. 그즈음 남편이 '티코'를 사주면서 기동력을 얻은 우 씨는 본격적으로 여기저기를 오가며 봉사에 심취했다. 단체봉사는 지속력이 약하다는 판단으로 혼자서 봉사에 매진했다.

갑작스런 촬영에 가위가 준비되지 않은 터라 보이지 않는 왼손엔 아무 것도 쥐지 않은 상태다. 우종덕 씨는 그런 왼손이 나와선 안 된다며 카메라를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최환석 기자

"몸으로 뛰어야겠다." 상담봉사에 성이 차지 않은 우 씨는 덜컥 미용사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다.

"손으로 하는 일은 나름 소질이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어릴 적부터 곁눈으로 뭔가 배우고 얼추 따라하는 정도 실력은 됐죠. 실기시험에는 몇 번 떨어졌었고, 자격증은 1년 만에 취득했습니다."

본격적인 미용봉사를 시작한 우 씨는 창원시사회복지센터에도 발길이 닿기 시작했다. 우 씨가 창원시사회복지센터와 미용봉사로 연을 맺은 것은 13년 정도.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들르지만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방문했다고. 팔꿈치가 아파 잠시 쉬었던 것과 남편 직업 때문에 여수에 갔던 시간을 빼곤 13년을 부지런히 다녔다고 한다.

남편 따라 여수에 갔을 때도 우 씨는 봉사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이었다. 배 타고 섬에 들어가 봉사하고, 산 따라 물 따라 안 다닌 곳이 없었다.

"한번은 남편을 데리고 봉사를 하러 갔었는데요. 처음엔 어색해하던 사람이 쉬운 일을 맡기니까 이내 잘 해내더라고요. 아마 남편도 그때 경험으로 제가 하는 일을 조금 이해했을 거로 생각해요. 지금은 같이 하지 않지만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주죠."

우 씨에겐 자신을 위해 시작한 봉사가 어느덧 삶 전부가 되어 버렸다. 그는 봉사가 모든 일의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취미생활도 뒤로 미루는 편입니다. 최근엔 요가 같은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취미생활도 봉사의 연장선입니다. 봉사하고 나면 '기'가 빠지는 걸 느낍니다. 그럼 취미생활을 하면서 빠져나간 기운을 충전하죠. 즐거워서 하는 것도 있지만, 봉사를 위한 취미생활이죠."

우 씨는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을 마음속에 두고 있다. 20년 가까이 쉼 없이 봉사를 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까닭이다. 우 씨는 "모든 일은 즐기지 않고선 지속할 수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유만 있으면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우 씨는 "여유는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죽는 순간까지 여유란 건 없을 거예요. 항상 바쁘죠. 그러니 여유가 있을 때 봉사하겠다고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맘먹었을 때, 생각날 때 곧장 실천해야 할 수 있어요."

우 씨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봉사에 있다고 했다. 그는 봉사란 상대방 마음속 울타리를 걷어내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묵묵히 울타리 걷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문득 커피잔을 쥔 우 씨 손에 눈길이 닿는다. 동안인 얼굴에 비해 나이 들고 투박한 손이 들어왔다. 그의 손이 살아온 삶을 오롯이 말해주는 듯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