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6인실 사용·식사메뉴 식당명으로 오기…도-창원시 관리대상자 집계도 제대로 안 돼

경남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 1명이 발생한 것을 놓고 보건당국이 대응 과정에서 상황 집계 부실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경남도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전국적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했을 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2009년 7월 9일 도내 첫 신종플루 확진자에 이어 다음 날 세계합창대회인 월드콰이어챔피언십코리아 외국인 참가자 등 14명 추가 발생 이후 닷새 만에 60명으로 늘 정도로 신종플루가 급증했었다. 당시 보건당국은 비상이었다.

그러나 도내에 메르스 의심자가 나오자 중앙정부, 시·군, 도는 서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안 되는 등 우왕좌왕했다. 지난 10일 창원에서 도내 첫 확진환자(77)가 발생하자 상황은 더 엉클어졌다. 도와 창원시 상황실은 메르스 의심 증상과 소문에 대한 진상을 확인하는 전화가 폭주해 담당 공무원은 '죽겠다, 미치겠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현장에서 접촉자와 병원 관리 등을 창원시가 하는데, 도는 제때 상황이 집계되지 않았다. 최초 발표된 자료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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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권범 경남도복지보건국장 등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창원시 메르스 환자 발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지난 11일 오전 9시 경남도 민관 합동 긴급 대책회의와 창원시 대책회의 때 공개된 자료에는 확진환자가 SK병원 1인실에 입원했던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이날 오후 공개된 중앙역학조사반 자료에는 5일 6인실에 입원했었고 '밤새 콧물, 기침, 근육통 호소', '병실 환자와 불화' 등으로 6일 오후 4시 11분에 1인실로 옮긴 것으로 정리돼 있다.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여러 사람과 병실에 함께 있었던 것이다.

또 확진환자 동선 가운데 지난 5일 SK병원 입원 전에 식사를 했던 창원시 상남동 한 식당을 창원시는 '들깨 칼국수'라고 제시했었다. 그러나 문제 제기가 나오자 도와 창원시가 지난 12일 현장조사를 한 결과, 먹었던 메뉴를 식당 이름으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식당 CCTV를 확인해 확진환자 가족이 들렀을 때 다른 2명이 식사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당시 확진환자가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없었다는 이유로 식당은 그대로 운영 중이고, 업주 등 2명은 격리 대상이 아니라 단순 모니터링 대상으로 관리되고 있다.

확진환자가 입원하거나 진료를 받은 병원 3곳의 의료진과 환자 등 격리 조치가 필요한 접촉자 등 관리 대상 수도 도와 창원시 간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았다. 확진자 발생 이후 여러 차례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요구했는데 13일에야 정리가 됐다.

경남도도 이 같은 문제를 인정했다. 박권범 복지보건국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에서도 신종 질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TF팀도 우왕좌왕했고, 창원시와 정보 공유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신종 감염질환인 신종플루, 사스, 에볼라, 전염병인 세균성 이질·집단 식중독 등 많은 업무를 치렀지만 메르스는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접촉자의 비협조로 적극적인 대처에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주말을 넘기면서 비상 체계와 상황 집계가 안정을 찾고 있다.

진주의료원에 감염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음압병실 유무를 놓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한 경남도의 대응도 비판을 받고 있다.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해 공공의료 체계가 부실한 것이라는 비판이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경남도로 쏠리는 것을 차단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도는 이번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신축 중인 마산의료원에 음압병실을 늘리겠다는 계획과 함께 환자가 많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격리 대상자 전용 60병상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소연 부대변인은 이번 고소에 대해 전문가와 공개 검증을 하면 될 일인데 “확진환자가 발생해 방역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진주의료원 음압시설 존재 여부를 놓고 법적 공방을 펼치겠다는 경남도 처신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4차 감염자 발생 등 메르스 확진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경남지역에는 주말 사이 추가 확진환자가 생기지 않았다. 경남도메르스비상대책본부는 14일 현재까지 메르스 의심자 47명 가운데 확진환자를 제외한 46명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경남지역 메르스 관리대상은 창원지역 거주자 419명 등 모두 518명이다.

이 가운데 확진환자 가족, 확진환자가 입원했던 창원SK병원, 진료를 받았던 힘찬병원·인구복지협회 직원과 환자 등 249명을 포함해 도내 286명이 자택에 격리 중이다. 잠복기가 지난 이들은 격리에서 해제되면서 자택 격리 대상은 줄었다.

이와 함께 병원 격리 91명(창원 85명), 단순 모니터링 135명(창원 85명), 타 시·도 관리 6명 등이 있다. 창원SK병원에는 의료진·직원과 환자 등 85명이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코호트 격리(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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