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첫 확진자 시스템 미등록, 폐렴증상 전엔 안 밝혀…경남도 민관 공조체계 '삐걱'

경남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확진환자가 나오는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건당국의 대응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창원시 성산구에 사는 한 여성(77)을 메르스 확진자로 발표했다. 이 환자는 삼성창원병원 음압병실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외래진료를 받았고, 이후 창원시내 3개 병원에서 진료나 입원한 사실이 확인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여성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밖 첫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4차 감염이나 공기 감염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통한 메르스 감염자는 55명이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질병예방센터장은 이날 일일 상황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밖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접촉 경로 등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중앙역학조사반은 이날 조사 결과, 삼성서울병원 1층 엑스레이실에서 이 여성이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했다.

11일 폐쇄된 창원 SK병원 입구에서 한 격리자가 외부 소식이 궁금한 듯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문제는 이 여성이 메르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왔는데도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여성은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SK병원 외과에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입원했었다. 폐렴 증상이 생기자 의사가 10일 오후 창원보건소에 메르스 검사 의뢰를 했다. 중앙대책본부가 전국 모든 병원에 입원 중인 폐렴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날이다.

이 여성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 방문자 관리를 위한 메르스통합관리시스템에도 오르지 않았다. 박권범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역학조사반에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시기에 병원 진료를 했는데 왜 시스템에 오르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외래환자라서 그렇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10일 폐렴 증상이 생기기 전까지도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것을 밝히지 않았고, 14일 동안 창원시내 병원 3곳에서 진료를 받거나 입원을 했었다. 이날 도청에서 열린 민관합동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박재현 창원시 제1부시장도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것을 밝히지 않았고, 폐렴 증상이 생겨 의료진이 물어봐 비로소 알려졌다"고 말했다.

첫 확진자 발생은 SK병원 폐쇄, 가족 13명과 요양보호사 1명 등에 대한 격리, 3개 병원 직원과 환자·방문자 등 549명 격리, 학교 5곳과 유치원 16곳 휴업 조치로 이어졌다.

확진자 발생에 따른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접촉이나 병원 방문 날짜별로 최장 잠복기 14일 동안 격리 상태가 유지되고, 역학조사 과정에서 접촉자와 격리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도는 메르스대책본부를 확대해 지역 내 메르스 감염 차단에 돌입했다. 도 대책본부장은 홍준표 지사가 맡고, 시·군 대책본부도 단체장이 맡도록 했다.

11일 오전 9시 홍 지사는 창원시, 도교육청, 경남경찰청, 39사단 등 부대, 박양동 경남도의사회장, 이원일 경남도약사회장, 경상대병원·마산의료원 관계자가 참석한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시장·군수도 영상으로 함께했다.

홍 지사는 이날 "걱정이 되는 것은 메르스 확산 속도보다 불안과 공포의 확산이 더욱 빠르다는 점이고, 메르스 대응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국민이 필요 이상의 불안에 시달린 것은 '투명하지 못한 대응'도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도민과 소통, 기관 간 정보 공유가 신속·정확해야 한다"며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도민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행동요령을 신속히 전파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서부청사 공사를 기념해 13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불후의 명곡 콘서트'(유료) 취소를 요청했다.

도가 전문성을 위해 민관 공조 체제를 꾸렸지만 의사회는 메르스 대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박양동 회장은 홍 지사가 회의를 종료하려 하자 "왜 불렀느냐"며 "간밤에 양성환자가 발생했는데도 연락받지 못했고, 기자를 통해서 듣고 (11일) 0시 30분에 거꾸로 전화를 해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도 우왕좌왕하고 이번 확진자 발생 대처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에 전문가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홍 지사는 전문가와 조율해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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