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반대주민에 대한 검찰의 DNA 채취 시도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일 창원지검 밀양지청 집행관이 단장면 농민 김정회 씨에게 DNA 채취를 요구한 것이 발단이다. DNA 채취과정에서 검찰이 주민을 흉악범으로 취급하며 과도하게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DNA 신원확인정보의 수집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은 제정 당시에도 기본권침해 논란이 강하게 제기됐고, 살인·강도·강간 등 흉악범죄자 중에서도 재범 가능성이 우려되는 경우에 한해 DNA를 채취하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제정 목적과 달리 수사기관이 노동쟁의와 집회·시위 중에 발생한 범죄에 이 법을 적용해 DNA 신원확인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점은 주된 개정요구 내용이다.

대책위 주장대로 검찰 집행관이 거부권을 고지하지 않고, 채취 대상자의 서면동의도 받지 않은 채 전화로 통지하고 주거지로 찾아갔다면 위법일 수 있다. DNA 채취 과정에서 보인 검찰 집행관의 행태도 대책위는 문제삼고 있다. DNA 채취 요구 당시 집 앞에 닦인 공터를 보고는 뜬금없이 불법 형질변경이라며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엉뚱한 것으로 시비를 거느냐고 항의하자 확인 후에도 소환에 불응하면 수갑 차고 가게 될 테니 각오하라며 저열한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이 더 분노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법원의 영장 발부다. 법 남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헌법재판소 판례, 집회·시위 중 발생한 범죄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개정요구가 계속되는 마당에 법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관련 법률상 방화죄에 DNA를 채취하도록 규정돼 있고, 방화가 강력 범죄에 포함되기 때문에 영장 청구를 받은 법원으로서는 해당 법률이 개정되기 전에는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참 서글픈 일이다. 밀양송전탑 건설로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주민들은 공권력 앞에서 질 싸움인 줄 알면서도 정당한 저항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범죄자가 된 것뿐이다. 방어적 권리행사 과정에서 일어난 범죄를 흉악범 다루듯이 DNA를 강제 채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직 DNA 채취가 집행되지 않았다면 검찰이 이쯤에서 중단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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