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회적경제] (15) 사회적협동조합이란? 1편

사회적경제를 구축해가는 주체에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과 단체 등이 있습니다. 주민이나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 일부를 마을이나 지역사회와 나눈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주체 가운데 '사회적협동조합'은 눈에 띕니다. 사실 협동조합도 곧장 이해하기 어려운데, 여기에 '사회적'이라는 관형사까지 붙었습니다. 과연 사회적협동조합은 어떻게 탄생했고, 다른 주체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지난 5일 경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 교육장(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백화아트빌 2층)에서 진행된 '2015년 사회적협동조합 설립희망자 교육'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봅니다. 이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이경란 주임이 들려준 '사회적협동조합의 이해와 사례'를 옮깁니다. 먼저 사회적협동조합이 등장한 배경을 알아보고, 다음 순서에는 국내 유형과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과 협동조합 뭐가 다르지? = 사회적협동조합은 특수한 유형의 협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을 비교하면 둘 다 사업체로서 수익을 추구하는 점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의결권이다. 주식회사는 대주주라는 개념이 존재하고, 자본을 누가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의사결정이 좌지우지된다. 사업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주식을 보유해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만, 보유 주식 수에 따라 의결권이 달라진다.

지난 5일 경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 교육장(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백화아트빌 2층)에서 진행된 '2015년 사회적협동조합 설립희망자 교육'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이경란 주임이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반면 협동조합은 참여하는 개인 또는 단체의 출자금이 얼마나 많은지는 중요치 않다. 1인 1표로 누구나 동등한 의사결정권이 있다.

또 협동조합은 결사체 성격이 강하다. 사업을 추구하되 사업 목적 자체가 조합원 권익을 보장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이윤 추구보다 구성원 간 합의가 중시되는 모델이 협동조합이다.

사회적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지역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것인가'라는 고민이다. 그러나 일반 협동조합은 공익적 목적을 이룬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영리법인이다. 반면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이다.

사회적협동조합 역시 사업체이고 지속 가능한 유지·발전을 위해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과 차이점은 영리와 비영리 개념을 따지면 알 수 있다. 영리법인은 수익이 발생하면 조합원에게 '배당'할 수 있지만, 비영리법인인 사회적협동조합은 수익이 남으면 내부 '적립금'으로 쌓아둔다. 물론 적립금을 어떻게 쓸지는 조합원들이 합의할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법인세 대상이 아니다. 면세 혜택이 있기에 아무 곳이나 인정해주지 않는다. 일반 협동조합은 법적 서류를 갖추고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된다. 이에 반해 사회적협동조합은 정부 등 인가를 받아야 한다. 행정적으로 인가는 요건을 갖췄는지 보는 것으로, 신고와 허가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성이 강조되다 보니 주된 사업 목적에도 제한이 있다. 공익사업 40% 이상 수행이 조건이다. 또 규모와 관계없이 매해 협동조합 사이트(www.coop.go.kr )에 경영공시 의무가 있다. 이처럼 운영 면에서 꾸준히 관리·감독 된다. 노동자(생산자), 이용자(소비자), 지역사회 후원자 가운데 2개 주체 이상 이해관계자들이 공동 의사결정 구조를 이루는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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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은 왜 등장했나 = 사회적협동조합 용어 자체는 이탈리아에서 따온 것이다. 1970년대 세계 오일쇼크로 경기침체 현상을 겪으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복지 재정을 줄일 수밖에 없는 위기를 맞았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처럼 가족애를 중시하는 나라다. 가톨릭 전통을 기반으로 가족 유대가 강했기에 나라에서는 복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도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핵가족화와 가족 해체 현상이 잇따랐다. 이러면서 그동안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복지의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가 최소 복지비 지출과 최대 효과를 고민하던 즈음 민간에서 먼저 고민의 결과물이 등장했다. 원래 이탈리아에선 협동조합이 발달해 있었고,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조합 권익만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역할을 확대하는 모델을 시도했다. 이것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1974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설립한 카디아이(CADIAI)는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최초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평가된다. 가사나 간병 노동을 하던 여성 27명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뭉친 게 시작이었다. 이후 사회적협동조합법이 제정되고, 공공기관 등과 계약을 맺으면서 카디아이 사업 영역이 확장됐다. 직원 1246명이 노인·장애인·어린이 등을 포함해 한 해 2만 7400여 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2년 기준 400억 원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 역시 재정 위기에 시달렸던 영국에서는 다른 고민이 있었다. 지방분권이 강한 나라이지만, 도시 말고는 소외되거나 낙후된 지역이 많았다. 그중에는 빵을 살 곳이 없는 도시도 생겨났고, 지역민들이 나서 '우리 지역을 어떻게 만들까?'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국 커뮤니티 협동조합의 출발점이었다.

1976년 스코틀랜드 웨스턴 아이루즈 섬 지역 주민은 단기 고용 창출을 위해 JCP(Job Creation Programme)라는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지역 주요 산업인 농어업과 농수산 가공업은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 젊은이 유출, 실업률 증가 등 문제가 발생했다. 자연스레 '지역사회 붕괴를 어떤 방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지역민은 고령자나 젊은이의 직업훈련, 일자리 창출을 수행하는 기업을 설립했다. 이 같은 커뮤니티 재생과 활성화 시도는 지역 산업이 침체 일로를 걷던 스코틀랜드 본토로, 이어 영국 전체로 퍼져 나갔다.

요컨대 취약계층 복지나 낙후된 지역사회문제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1970년대 세계 경기침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공통으로 협동조합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이런 흐름에 우리나라도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각계에서 협동조합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민간에서 고민이 싹터 아래로부터 개혁이 이뤄진 이탈리아와 달리 위에서 법부터 만들어지고 협동조합이 생겨나는 흐름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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