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합천군 용주면 손목 2구 박성식 이장

동으로 갈마산, 북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황강을 끼고 경남도 지정 문화재 벽한정이 굽어보는 그림 같은 마을, 바로 합천군 용주면 손목 2구 마을이다. 손목 2구는 31가구 68명 중 90% 이상이 고령박씨인 전형적인 집성촌으로 여기서 나고 자란 토박이 박성식(61·사진) 이장이 있다.

박 이장은 마을 어디에 있든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고 그만큼 열정적이다.

마을 토박이인 만큼 마을 구석구석 가가호호 모르는 곳이 없고 그만큼 마을주민의 어려움을 잘 알아 홀로 사는 노인 등 어려운 집은 먼저 찾아가 도와준다.

한우 50여 마리와 마늘, 양파, 생강, 마, 벼농사를 짓지만 이장의 또 다른 직업은 한우가축경매시장 중개사이다.

중개사라 좋은 소를 알아보는 눈과 정보에 밝아 마을주민들이 소를 팔거나 살 일이 있으면 이장이 무료중개로 마을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집집이 적어도 한두 마리 이상은 키우고 있어 이장한테 도움을 받지 않은 주민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이 마을은 낙동강 젖줄 황강과 인접해 있어 합천댐이 준공되기 전까지만 해도 '메기가 하품만 해도 강물이 범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한 번은 홍수가 크게 나 제방이 무너지면서 강모래와 자갈이 쓸려 들어오고 마을 농경지가 모두 침수돼 전답의 경계가 모두 사라져 경지정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1973년 경지정리 도중에 시행업체 부도로 아직 등기를 하지 못한 토지가 30여㏊에 달했다. 개인 사유지임에도 미등기로 현재까지 가지번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매는 물론 임대차와 상속 등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불편하고 안타까운 현실에 처한 마을 주민의 숙원을 해결하고자 박 이장은 성산 개간지구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를 수차례 방문하고 진정을 넣어 위원회가 현지측량을 하는 등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4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하고 숙제처럼 남아 있던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이장은 마을사업에도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합천군이 추진한 '행복 합천 그린희망 마을 만들기' 사업의 1단계인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신청, 선정돼 벽한정 주변 꽃길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명품마을회사 만들기 사업도 추진해 양파즙 생산시설도 갖추었다.

앞으로 마을에서 재배되는 양파로 직접 양파즙을 생산, 판로를 개척해 마을주민 소득증대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문화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신청해 마을주민들로 합창단을 구성했다. 강사를 초빙해 일주일에 2번 2시간씩 노래연습을 하고 있는데 농번기인데도 호응이 좋아 3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노래연습을 할 때면 몸이 힘든 것도 잊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피로가 풀리고 내일 다시 일할 힘이 생긴다고 좋아하는 주민들을 볼 때 박 이장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문화공동체 마을 전국경연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어서 노래 연습에 한창이다.

박 이장은 경력이 화려하다.

현재는 용주면 이장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며, 체육회장과 청년회장, 한우작목반장 등 사회단체장 6년, 합천호농협 감사 9년, 이사 4년을 거치며 열정적으로 활동해 장관표창 등 상장과 감사장이 10개가 넘는다. 2010년부터 손목 2구 이장을 6년간 연임하고 있을 정도로 마을주민의 지지도가 매우 높다.

박중언 용주면장은 "박성식 이장은 농업 전반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솔선수범하는 분으로 용주면에서 선도 농가이자 선도 이장님"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이장은 "6년간 이장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최일선에서 주민과 면 행정의 가교역할을 해 주민들이 행복해하고 마을이 아름다워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합천군 이장협의회 부회장이기도 한 박 이장은 마을일뿐만 아니라 용주면과 합천군이 발전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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