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중동지역 수출·교류 증가로 대규모 감염 가능성…임단협 앞두고 투쟁·집회 취소 잇따라 '활동 위축 우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가 확산하면서 노동계에도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대규모 감염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과 메르스 여파가 하투(夏鬪)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동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염 확산 우려 = 도내 기업의 중동지역 산업 수출은 증가세에 있고 영업이나 기술 수출 등으로 내·외국인 왕래가 잦다. 또 창원산단은 대공장 중심 다중밀집형 생산 체계를 갖춘 곳이 대다수여서 감염자가 발생하면 확산도 그만큼 빠를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선제 대응 방안으로 사별 노사 양측이 산업안전위원회를 여는 등 전면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아직 이 같은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태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기획국장은 "몇몇 기업체에 회사 차원에서 출장을 자제하거나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하지만 노사 양측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어 공동으로 메르스 확산에 대비한 선제 예방 태세 구축을 논의한 곳이 없어 염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염려가 크다. 이에 유사시 특단의 정부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조 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 45조에는 '사업주는 감염병, 정신병 등 병세가 크게 악화할 우려가 있는 질병에 걸린 자는 의사 진단에 따라 근로를 금지하거나 제한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는 의심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정부가 유급휴가 권고와 메르스 감염 병원 의료진 산재보험 적용 등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유급휴가는 사업장 권고사항일 뿐이고, 병원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은 현행법으로 당연히 적용되는 사안을 상기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정부 투쟁 악영향 = 노동계에는 현재 정부 일방 주도 노동시장 구조개선 반대와 최저임금 현실화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장 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하반기 투쟁도 벌여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메르스 복병이 등장해 난감한 상황이다. '단결한 노동자의 조직된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중 집회에 대한 불안감이 조합원 사이에 퍼져 예정된 관련 활동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여파로 민주노총 건설기계노조 경남지부는 최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예정한 집중 투쟁을 취소했다.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열기로 한 6·10기념 국민주권선언대회도 같은 이유로 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도 예외는 아니다. 케이비알(KBR), 센트랄, 아세아세라텍, 삼성테크윈 등 장기투쟁 사업장이 많다. 이들 노조 활동은 물론 이들과 결합하는 연대 집회나 투쟁도 메르스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는 오는 12일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예정한 집회를 취소했다.

더구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6월 말 또는 7월 초 정부 일방 주도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맞서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갑자기 닥친 메르스 탓에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노동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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