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창원시 녹지대에 길 개설 도심녹지 기능 저하 우려-주민 "편해졌다"견해차

창원시가 '주민 편의'를 이유로 녹지공간 위에 보행로를 개설하자 한편에선 '녹지 파편화'를 우려한다.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도계광장삼거리 주변은 편도 3차로 도로와 주거지역이 맞닿아 있다. 차량 통행량이 많아 소음이나 진동, 매연 등 공해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창원시는 주거지역과 도로를 분리하고자 이곳에 300m가량 완충녹지를 조성했다. 완충녹지는 공해 발생원이 되는 곳과 주거지역을 분리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녹지대를 말한다. 공공재해를 줄이고 녹지도 보전하는 공간이다.

시는 최근 이곳에 길이 100m가량 보행로를 개설했다. 녹지공간 위를 걷거나 주거지역과 도로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길을 터 연결했다. 공사는 지난 5월 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총 2500여만 원을 투입해 진행했다.

공사를 진행한 의창구청은 이번 보행로 공사가 주민 통행에 편의를 제공하고 녹지 훼손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행로가 없던 과거에는 일부 주민이 녹지공간을 무단으로 밟고 통행하면서 녹지가 훼손, 흙바닥이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새 보행로가 개설된 창원시 소답동 완충녹지 공간. 이를 두고 '녹지 파편화'가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환석 기자

의창구청 공원산림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오가면서 녹지가 많이 훼손됐고, 평소 길을 내달라는 민원이 있었다. 마침 박성호(창원 의창구·새누리당) 의원 건의도 있어 보행로를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보행로 공사가 녹지를 둔 기본 목적과 상충한다는 주장도 있다. 통행로가 개설된 것을 본 박정기(54·창원) 씨는 "창원지역은 분지라서 완충녹지의 기능과 효율이 무엇보다 중요한 도시다. 그럼에도 길게 이어져 있는 녹지공간을 관통하도록 보행로를 두는 것은 녹지 파편화를 야기한다"며 "이를 계기로 녹지공간에 보행로를 개설하는 사례가 확산해 취지를 무색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어 "녹지공간을 지나는 기존 보행로가 있음에도 새 보행로 공사를 진행한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 녹지공간에는 교차로 횡단보도와 가까운 곳에 기존 통행로가 있다.

이에 대해 의창구청 관계자는 "녹화율(수목 등이 점유한 토지 면적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공사 이후에도 80%가 넘는다"며 녹지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주민들은 새 보행로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태윤(47) 씨는 "평소 주거지역 도로에 불법주차한 차량이 많아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통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길이 있어 다니기 편하고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사가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정현(36) 씨는 "편의를 생각한다면 경사를 완만하게 하거나 계단을 설치하는 게 맞다. 새 보행로도 경사가 가파른 것은 이전과 마찬가지여서 안전사고 예방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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