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면서 누구나 한번씩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의 로맨스를 꿈꾼다.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는 짧지만 강렬해서 쉬이 잊히지 않게 마련이다. 나는 그런 강렬한 만남을 가진 한 커플을 이번 싱가포르 출장에서 만나게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대학친구 현성이를 싱가포르 최대 번화가인 클라키에서 만나 맥줏집에 들렀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걸어오는 옆테이블의 한 커플이 있었다.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테이블까지 붙이게 되었다. 그 커플은 한눈에 봐도 사랑에 완전 빠져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남자는 뉴질랜드에서, 여자는 우크라이나에서 왔고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어느 인도네시아의 클럽이었다고 한다. 누가 봐도 아름답고 젊은 여자가 나이도 한참 많아 보이고 외모도 그다지 눈에 띌게 없는 남자를 어떻게 만났을까 궁금증이 더 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는 말했다. 그의 옆에 있던 인기 많고 주변에 여자가 많이 있던 그의 친구 대신 그녀에겐 그가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아무도 말을 걸어 주지 않는 그에게 그녀가 다가갔다. 그렇게 둘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서로 사랑에 빠져 한 달에 며칠간은 인도네시아에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싱가포르로 함께 여행을 온 것이고 몇달 후에는 결혼을 할 거라며 여자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녀는 결혼식 때 누가 들으면 미쳤다고 할 정도의 평생 잊히지 않을 이벤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남자친구는 턱시도를 입고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게 꿈이라고.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진 이벤트인가.

그때 한 달 뒤에 결혼식을 앞둔 내 친구 현성이의 결혼식 이벤트나 프러포즈가 궁금해졌다. 솔직히 나는 한국의 뻔한 결혼식 풍습이 생각났고 아니나 다를까 내 친구의 대답은 그냥 특별한 이벤트는 없고 심지어는 그 흔한 프러포즈도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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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내 친구 커플의 만남과 연애, 결혼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 만난 이 커플과 곧 결혼할 내 친구 커플이 비교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꿈꿔본다. 평범하게 만나 식상한 프러포즈나 결혼식 대신 낯선 여행지에서 운명적인 누군가를 만나 평생에 잊히지 않는, 누군가가 미쳤다고 할지도 모를 결혼식 이벤트를 함께 할 내 반쪽을 만나게 해달라고.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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