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14명 확진자 추가 발생 전체 환자 64명으로 늘어나…정부 "주말 이후 감소" 주장, 4차 감염 시 정점 기약 없어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지요. 이후 감염자가 순식간에 늘어나고 정부 대책이 우왕좌왕하면서 불안감만 커지고 있습니다. '공포감' 탓인지 과장된 유언비어도 나돕니다. 하지만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서고 있고, 보건당국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이제는 더욱 차분하고 냉정하게 사태를 지켜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모았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메르스 환자…언제 꺾이나 =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4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해 전체 환자가 64명으로 늘어났다고 7일 밝혔다. 환자 증가세에도 속도가 붙어 이날 확진자로 새로 발표된 환자 수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7일 부산역에서 승객들이 부산시에서 설치한 발열기 앞을 지나고 있다.

복지부는 그러나 이날 "메르스 유행이 주말을 넘기면서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근거는 이렇다. 지금까지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첫 환자가 다녀간 평택성모병원과 이곳에서 첫 환자와 접촉한 14번째 환자가 다녀간 삼성서울병원에서 주로 발생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총 36명, 삼성서울병원에서 총 17명이 감염됐다.

평택성모병원에 첫 환자가 다녀간 때는 지난달 15~17일이고, 이 환자가 다녀간 후의 3차 감염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병원이 자체 폐쇄한 지난달 29일까지가 메르스 바이러스 노출 기간이다.

지난달 15~17일 중 가장 많은 감염이 발생했다고 본다면 국내 환자의 평균 잠복기가 6.5일가량임을 고려할 때 지난달 22~23일 전후로 가장 많은 평택성모병원발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들의 첫 증상 발현일은 지난달 20~23일에 집중되고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다만, 발생 초기 의심환자 확인과 검사가 지연되고, 첫 환자가 다녀가고 3차 감염자도 발생하면서 이날까지도 평택성모병원발 환자는 계속 확인되고 있다.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는 14번째 환자가 지난달 27~29일 다녀갔다.

여기에 평균 잠복기를 더하면 이달 3~4일에 가장 많은 환자가 증상을 보이고, 증상 발현에서 확진까지 1~3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7일 가장 많은 삼성서울병원발 환자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두 병원 외에 각각 4명과 3명의 3차 감염자를 발생시킨 ⓔ의료기관과 ⓕ의료기관도 16번째 환자를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기간이 각각 지난달 28~30일과 25~27일이다. 여기에도 평균 잠복기를 반영한다면 두 병원에서 환자가 더 발생한다고 해도 1~2일 내에는 그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전망은 △ 삼성서울병원에서 4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고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제3의 진원지가 나오지 않으며 △지역사회 감염이 진행되지 않을 때를 반영한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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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성모병원에서도 3차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3차 감염인 삼성서울병원에서도 2차 감염 못지않게 빠른 전파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시나리오가 빗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상 3차 감염은 2차 감염보다 전파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2차 감염자인 14번 환자는 17명에게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겼다.

그러니 4차 감염의 전파력 역시 낙관할 수 없다. 동선이 발표되지 않은 추가 확진 환자들 가운데에는 증상이 발현된 채로 여러 병원을 옮겨다닌 환자가 있을 수 있어 제3, 제4의 진원지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정부의 전망대로 주말 이후 환자 증가세가 꺾이려면 삼성서울병원이나 다른 의료기관에서의 4차 감염이나 더 나아가 지역사회 전파라는 최악의 경우를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네이처 "한국 메르스 사태, 대유행으로 번지지 않을 것" =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가 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해 "대유행으로 번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네이처는 지난 5일 인터넷판에 실린 '한국의 메르스 사태는 세계적 위협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스는 사람의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러스가 판데믹(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으로 진행되려면 사람 사이에서 쉽게 퍼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병원 내' 환경으로 국한되고 있다. 네이처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본래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된 동물 바이러스"라며 "병원이라는 특별한 공간이거나 감염된 사람과 밀접하게 접촉하는 때에 한해서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 사이에서 전염되려면 바이러스의 변이가 필요하다. 그러나 역학 조사 정보를 보면 바이러스 변이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네이처는 계속해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더 확산하지 않을 이유로, 바이러스 감염이 병원 내로 제한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네이처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서 전염될 수 있는 공간은 병원뿐이라며, 병원에서는 기도 삽관 등 기계호흡 치료를 하면서 생성되는 에어로졸로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염되기 어려운 바이러스가 유독 한국에서 널리 퍼진 이유로는 국내 최초 환자가 증상을 나타내고도 오랜 기간 격리되지 않은 채로 병원들을 돌아다녔다는 점을 첫째로 꼽았다.

네이처는 메르스가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달라 사람 사이에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지난해 255명의 감염 사태를 일으켰던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창궐'에 비하면 한국의 환자 수는 아주 적다며, 다른 나라였으면 감지되지 않고 지나갈 정도로 가벼운 증상의 환자까지 확진을 받으면서 환자 수가 부풀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네이처는 한국의 방역 당국이 적극적으로 확산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의 과도한 걱정을 경계했다.

◇똑같은 바이러스가 한국에서만 빠르게 확산…이유는 =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똑같은 바이러스인데도 유독 국내에서 더 잘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7일 현재 메르스 환자수 64명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환자 수가 많다. 한국보다 환자가 더 많은 나라는 이 바이러스의 '본산'인 사우디아라비아(1019명·450명 사망)와 아랍에미리트(76명·10명 사망)뿐이다. 중동 이외 국가에서는 대개 환자 2∼3명 발생에 그쳤다.

이런 차이 때문에 국내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강한 변종으로 변이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일었다. 그러나 국립보건연구원의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사우디의 바이러스와 99.82%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더 잘 전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메르스 바이러스를 연구해온 고려대 약대 송대섭 교수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금 국내의 기후가 이 바이러스의 생존에 더 유리한 환경"인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국내의 병원 환경도 메르스가 쉽게 퍼진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 간 밀접 접촉이 일어나기 쉬운 좁은 병실 환경, 여기에 가족 등이 동반하는 병간호·문병 문화가 바이러스가 퍼지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고령 환자가 많아 메르스 확산 속도가 빨랐다.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느슨한 방역망도 메르스의 확산을 부추겼다. 최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지난달 11일부터 거의 열흘 동안 격리 없이 병원을 옮기고 지역사회를 활보했다. 국내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14번16번 환자가 격리 없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다니면서 3차 감염자까지 발생했다.

/연합뉴스·정리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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