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필 씨 키 2m 20㎝ 광대로 변신, 다양한 경험 위한 '알바'…"아이들 깔깔깔 웃음에 저도 흥이 나더라고요"

창원시 진해구 한 전자대리점 앞. 2m 훌쩍 넘는 키다리 피에로 아저씨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도로 차들을 향해 끊임없이 손짓하기도 한다. 지나가는 꼬마들이 있으면 풍선으로 강아지 모양을 만들어 선물한다. '깔깔'대는 아이들 모습에 키다리 피에로 아저씨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연신 춤을 추며 사람들 시선을 끌던 아저씨가 시계를 쳐다본다. 그리고 한쪽 그늘로 가서 휴식을 취한다. 이때서야 키다리 피에로 아저씨는 문경필(부산시 연제구)이라는 스무 살 청년으로 바뀐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문 씨는 주말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하고 있다. 시작한 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친구 소개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했거든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시급이 센 편이죠. 시간당 1만 원에서 1만 2000원 정도 되거든요."

이 일은 이벤트 업체를 통해 할 수 있다. 별다른 조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키가 크면 클수록 좋다. 실전에 나가기에 앞서 한 달 정도 교육을 받는다.

창원시 진해 한 전자대리점 앞에서 키다리 피에로 분장을 한 문경필 씨. /남석형 기자

우선은 일명 '요술풍선'이라는 것을 터득해야 한다. 기다란 막대 풍선을 접어서 강아지·칼·꽃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 시선을 끌기 위함인데, 캐릭터 '도라에몽'이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다. 이 단계를 지나면 분장법을 배워야 한다. 화장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물감을 사용한다. 일단 얼굴을 하얗게 칠한 후 포인트 있는 색깔로 입술·눈 주위를 시선 잡을 수 있게 표현한다. 아이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분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이 바로 키 높이 기구를 이용하는 단계다. 기구 위에 발을 디딘 후 끈으로 고정하면 이것이 곧 자신의 다리가 된다. 초보자들은 적응하기가 만만찮다.

"균형 잡는 게 쉽지 않아요. 저는 이틀 만에 일어설 수 있었는데, 그 정도면 빠른 편이죠. 보통 일주일 정도 해야 감이 온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일어서더라도 걷는 게 어려워요. 더군다나 그 상태에서 춤까지 춰야 하니까요. 그걸 배우는 데 보통 2~3주 정도 걸려요."

이렇게 한 달 가까이 연습한 그는 드디어 실전에 나섰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어느 전자대리점 앞이었다. 유동 인구가 꽤 많은 곳이다.

"사실 그동안 남들 앞에 서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더군다나 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도 떨리는 건 전혀 없었어요. 제 성격 자체가 그리 긴장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특히 제 얼굴이 아닌, 피에로 분장으로 하니까 부담이 없었어요. 첫날 아주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 특히 꼬마들이 많이 모이니까 흥이 나더라고요. 조카가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을 좋아하거든요."

첫날이었으니 후유증이 있었을 법도 한데, 크게 몸이 쑤신 곳은 없었다고 한다. 단지 기구에 몸을 지탱하고 중심을 잡아야 했기에 발이 좀 아프기는 했다고 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진해 전자대리점에는 이날이 처음이었고, 다음날까지 이틀간 예정돼 있다고 한다. 지나가는 이들 시선을 끌거나 매장 안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낮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춤을 춘다. 40분 일하고 20분 휴식, 그리고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20분까지는 식사 시간이다. 전자대리점에서도 전혀 잔소리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신경 쓰일 일이 있기는 하다. 이 전자대리점 바로 옆에는 경쟁 업체가 있다. 그곳 역시 키다리 피에로가 있다. 그런데 동작이 아주 능수능란하다.

문경필 씨가 휴식을 끝내고 다시 키다리 기구에 발을 묶고 있다.

"얘기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딱 봐도 저분은 경력 많은 고수인 것 같아요. 은근히 경쟁심이 생기죠. 그 때문에 저도 오버해서 동작을 하기도 해요. 하하하."

그는 아르바이트하는 이유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저런 경험을 쌓기 위해서란다.

"학교 다니면서 주말에만 할 수 있기에 시간상으로 아주 괜찮죠. 주변에도 권유해 줄만 하죠. 당분간 이 일을 계속 재미있게 할 것 같네요."

키 173cm인 문 씨는 휴식을 끝내고 다시 2m 20㎝ 되는 키다리 피에로 아저씨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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