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상도블로그] 이윤기(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 www.ymca.pe.kr)

모든 신용카드를 없애고 딱 하나 남겨두었던 국내전용 신용카드를 최근에 없앴습니다. 휴대전화 요금 결제를 비롯한 몇 건의 자동이체가 이 신용카드에 남아있었던 탓에 연회비가 비싼 이 카드를 쉽게 없애지 못하였는데 최근 지역은행이 발행하는 신용카드를 만들면서 없애버렸습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신용카드는 국내 전용 신용카드라 애플스토어 결제가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불편 중 하나였습니다. 이참에 해외 제휴 신용카드로 바꿨습니다. 새로 만든 신용카드는 해외 제휴 신용카드지만, 기존 카드보다 연회비가 적은(조건을 만족하면 무료) 카드입니다.

몇 년 전부터 신용카드 결제를 최소화하고 모든 결제를 체크카드로만 하면서 오랜 적자 인생에서 어렵게 벗어났기 때문에 앞으로도 신용카드 결제를 늘릴 생각은 없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먼저 1장만 남겨두고 그동안 발급받은 모든 신용카드를 없앴습니다. 아울러 1장 남은 신용카드 한도를 최소로 낮췄습니다.

총이용한도 50만 원, 현금서비스 한도 0원, 할부한도 50만 원으로 한도를 조정해두었습니다. 이렇게 한도를 낮춘 것도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신용카드 사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결심 때문이었고, 둘째는 신용카드를 분실이나 도난당하였을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처였습니다.

누가 내 신용카드를 훔쳐가거나 주워가더라도 50만 원 이상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를 분실해도 현금 50만 원을 분실한 것 이상의 피해는 보지 않도록 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오랫동안 사용하던 이 신용카드를 해지하려고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카드 한도가 640만 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소비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신용카드 회사가 총이용한도를 높여놓은 것입니다.

원래 제 신용카드는 분실이나 도난으로 피해를 봐도 최대 50만 원만 손해를 보면 되도록 한도가 설정되어 있었는데, 신용카드사가 무려 640만 원까지 손해를 볼 수 있도록 한도를 높여놓은 것입니다. 참으로 황당하고 기가 막힐 일이지요.

신용카드 한도가 50만 원이면 지갑 속에 현금 50만 원을 넣고 다니는 것과 같지만 신용카드 한도가 640만 원이면 지갑 속에 현금 640만 원을 넣고 다니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만약 지갑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면 현금 640만 원을 도난당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신용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했어도 때맞춰 신고만 하면, 카드회사가 모두 보상해준다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소비자운동과 상담을 해 온 저의 경험으로 보면 신용카드 회사에서 부정 사용액을 보상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조금 덜 어렵습니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아무 조건 없이 보상해주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과실이나 부정사용 여부를 꼼꼼하게 따지고 조금이라도 소비자의 실수나 과실이 있으면 보상을 거부(절)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좋고 불가피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더라도 개인의 소비 패턴에 맞춰 한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한도를 증액하여 도난, 분실에 따른 부정사용이 일어났으면 충분히(당연하게) 다툼의 여지가 있겠지만,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려면 사전에 자신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한도를 적정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냥 방심하고 내버려두면 신용카드 회사들이 자꾸만 한도를 증액시키기 때문에 몇 달에 한 번씩은 신용카드 회사에서 보내온 명세서(온라인, 오프라인)를 살펴보고, 한도가 증액되었으면 한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당장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한도를 확인해보고 꼭 필요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먼저겠지만, 정부 당국이 신용카드 회사들이 소비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한도증액'을 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윤기(세상 읽기 책 읽기 사람살이 www.ymca.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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