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신문 필통] 박가을(진주여고 1)백혜인(진주진양고 1)

지난달 16일 토요일 진주시에는 2개의 청소년 관련 큰 행사가 동시에 열리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하나는 '2015년 진주시 청소년 한마음축제'라는 이름으로 평거둔치 야외무대에서 열렸고 진주시가 주최했다. 또 다른 행사는 비슷한 시간 진주교육지원청 광장에서 열린 '제16회 진주시 청소년 문화축제'로 진주시청소년단체협의회에서 주최했다.

행사 이름은 연도와 횟수를 제외하면 '한마음'과 '문화'만 다르다. 행사 프로그램도 비슷해서 무대에서는 성인들의 축하·초청 공연과 청소년 동아리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가 설치된다.

청소년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서도 아닐 것이고 청소년 관련 예산이 넘쳐서도 아닐 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진주시청소년단체협의회에서 주최해 진주교육지원청 앞에서 열린 '제16회 진주시 청소년문화축제'.
진주시가 주최해 평거둔치 야외무대에서 열린 '2015년 진주시 청소년 한마음축제'.

지난해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다. 이 행사는 지난 15년 동안 '진주시 청소년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주최는 진주시, 주관은 9개 지역 청소년단체로 구성된 진주시청소년단체협의회가 맡았다. 진주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협의회가 행사 프로그램을 기획해 치렀다.

하지만 진주시는 201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이 행사업무를 여성아동과에서 평생학습과로 이관했고 기존처럼 민간보조사업으로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치르겠다며 전년보다 500만 원 삭감한 2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협의회는 올해 초 진주시에 이유를 묻고 항의했으며 예년처럼 행사를 치르자고 요청했지만 결국 진주시가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협의회는 이번 행사를 치르고자 9개 참여단체가 갹출하고 기업 등에서 후원을 받았으며 공연은 재능기부 형식으로 준비했다.

같은 날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동시에 열린 진주 청소년 축제 포스터.

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에 여성아동과에서 2015년 사업 계획을 제출해 달라고 해 이번 축제 계획을 제출해서 예산이 편성됐고 준비를 해 왔는데 진주시가 일방적으로 협의회를 배제하고 자체적으로 행사를 치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5월 16일 행사날짜와 평거둔치 야외무대 장소는 애초 협의회에서 계획하고 잡았는데 진주시에 빼앗긴 꼴이 돼 부득이하게 교육청 광장을 장소로 정했다"며 "결국은 진주시가 청소년 관련 예산을 축소하는 수순으로 보이며 지역 청소년들의 문화활동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 평생학습과 청소년수련관담당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이 행사 업무 담당부서가 여성아동과였는데 올해부터 평생학습과로 바뀌었고 청소년수련관에 지도사들이 있기 때문에 예산절감 차원에서라도 자체적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행사 날짜가 겹치게 된 데 대해서는 협의회와 조율을 했지만 잘 안됐고 청소년의 달인 5월에는 학생들의 시험이 있는데다 논개제 등 다른 행사들이 많아 불가피하게 16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행사가 열려 많은 청소년이 참여하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중복된 행사가 정작 청소년들에게는 환영받을 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제16회 진주시 청소년문화축제' 공연 모습. '한마음축제'와 프로그램이 비슷하다.

진주시가 민간단체들과 사업을 의논하고 조율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일 것이다.

하지만 만일 청소년관련 행사가 아니어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까짓것 애들 일이니 행사만 하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박가을(진주여고 1)백혜인(진주진양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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