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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덜컹 기차 타고 '녹차여행' 어때요

[나 혼자 간다] (9) 남도해양열차·하동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2015년 06월 05일 금요일

덜컹거리는 기차에 몸을 실으면 같은 여행길도 다른 운치가 생긴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기찻길을 택할 때가 있다.

금요일 오후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남도해양열차 에스트레인(S-train, 이하 남도해양열차)에 올랐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성한 남도의 문화를 이어주는 남도해양열차는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유일한 횡단철도인 경전선을 달린다. 남도의 멋과 맛을 보여준다.

부산에서 보성까지 가는 열차를 진주역에서 탔다. 진영과 창원, 마산을 지나 진주에 닿은 열차. 이어 하동과 순천을 지나 종착역으로 향한다.

남도해양열차는 서울 용산역에서 여수 엑스포역까지 종단하는 429.9㎞(4시간 33분)짜리 코스와 부산과 보성을 잇는 268.7㎞(4시간 30분)짜리가 있다. 계절과 요일에 따라 하루 1~2회 운행한다.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나 싶어 이벤트실을 골랐다. 가족실과 카페실, 다례실도 마련되어 있다. 아쉽게도 이날 공연은 없었다. 하지만 열차 안은 시끌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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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은 라디오 디제이처럼 승객들에게 사연을 받아 신청곡을 틀었다. 출장길이라는 직장인과 결혼기념일이라는 부부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호마다 달린 CCTV로 승객의 모습이 열차 내 브라운관에 나오기도 했다. 알록달록하게 꾸민 열차와 쉴 새 없이 흐르는 노래,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고 도시락을 먹는 사람을 보니 관광버스 같다.

남도해양열차는 역마다 5분 정도 정차했다. 승객은 열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겼다. 특히 북천역은 인기가 많다.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가을날이 벌써 기다려졌다.

이벤트실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기 아쉬워 다례실을 찾았다. 하동녹차로 다도체험을 할 수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노선에선 보성녹차를 마실 수 있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양반다리로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례실은 이런저런 사연이 오가는 왁자지껄한 열차에서 집중해야 한다. 우전차를 추천받아 마셨다. 가장 어린잎이다. 따듯한 물로 다기를 먼저 데운 후 1분 정도 기다렸다. 찻잔을 오른손으로 들고 왼손에 받쳐 맛봤다. 세 번 나눠 마셨다. 연하지만 향이 그득했다. 입안이 깔끔해졌다. 온도도 알맞았다.

남도해양열차 에스트레인에는 다도체험을 할 수 있는 다례실이 마련돼 있다.

5000~7000원에 열차 안에서 녹차 향기를 품을 수 있다.

창밖에는 논을 고르고 잠시 쉬는 노부부가 보이고, 양귀비 축제장이 북적였다.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는 담벼락마다 붉은 장미가 풍성했다.

다례체험은 보통 2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앉아 있고 싶은 만큼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차를 여러 번 우려내 먹으면 좋다.

열차는 어느새 순천에 닿았다. 보성까지 가지 않고 내렸다. 다례실에서 맛본 녹차가 그리워 하동으로 향했다.

녹차의 고장임을 알리는 하동역 벽면 모습.

무궁화호를 타고 하동역에 닿자 다원 명소 8경을 소개한 안내판이 눈에 띈다.

1경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2경 화개면 범왕리 명원다원, 3경 화개면 용강리 고려다원, 4경 화개면 삼신리 삼우다원, 5경 화개면 정금리 도심다원, 6경 화개면 탑리 쌍계야생다원, 7경 화개면 부춘리 차공간, 8경 악양면 정서리 매암다원이다. 화개가 많다. 이 지역은 통일신라시대 당나라로부터 들여온 차나무 종자를 기르기 시작했다.

재단법인 하동녹차연구소가 있는 부춘리로 발길을 돌렸다.

하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쌍계사 방향 농어촌 버스로 40여 분 달려 신기마을에 도착했다. '친환경 녹차마을'이라는 안내판이 커다랗다. 조용한 농촌 마을에 녹차 공장의 기계 소리가 들린다. 녹차 향이 아주 진했다. 둘러보니 곳곳이 녹차밭이다.

하동녹차연구소는 하동녹차가 얼마나 우수한지 설명했다. 하동녹차 지도를 살펴보니 하동차 문화 관련 시설이 9곳, 하동차 가공공장이 100곳에 달했다. 하동차 재배농장은 1917가구란다.

다원 명소 중 7경 차공간으로 향했다. 10분 정도 걸었는데 부춘마을이 나타난다. 지리산 자락 산촌마을이다. 일조량이 녹차를 기르기 알맞다. 야생차 생산지로 이름나 있다. 부촌마을 녹차밭은 산을 타고 층계식이다. 금호다원과 산아다원, 명종제다처럼 주민 대부분이 찻잎 농사를 짓는다.

하동 다원 명소 7경인 화개면 부춘리 차공간.

녹차밭은 하루하루 초록빛이 짙어진다.

초여름 섬진강에서 재첩 캐는 아낙들도 만나 반갑다.

하동은 지리산과 섬진강, 차밭이구나.

하동을 등진 길 휴정대사의 '차 한잔'이 떠오른다.

낮이 되면 한잔의 차요

밤에는 한바탕 잠일세

푸른 산과 흰 구름은

함께 무상을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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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7월부터 지역 문화 소식을 전합니다:) 전시와 문화재, 맛이 중심입니다 깊이와 재미 둘 다 놓치지 않겠습니다:D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