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불안감을 확산시킨 가장 큰 원인은 불신감일 것이다. 미숙한 초동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면 우왕좌왕하는 방역 행정이 신뢰성을 상실함으로써 무능한 정부라는 비판을 자초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불통이다.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쉬쉬하다 보니 쓸데없는 의심을 만연케 하고 괴담 수준의 유언비어가 나돌아 민심을 흉흉하게 만든다. 인터넷상에는 최초 발병처와 환자 신분도 공공연하게 거명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정말 모른다면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지만 알면서도 극구 함구하고 있기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병원 밖 지역사회로의 전염은 차단되고 있다는 해명에도 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은 과민반응 현상일 터이나 조금이나마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려는 자구적 수단인 만큼 탓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가 휴업하거나 수학여행 등 교외 학습을 중지하는 일련의 조치 역시 확실한 믿음에 의한 대응이라기보다 막연한 불안감을 덜기 위한 고육책에 다름없다.

전염병이 돌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소통과 집중이다. 가축을 매개체로 하는 법정전염병은 일단 발생했다 하면 예방수칙을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려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한 후 발병지 봉쇄와 방역을 병행한다. 이번에는 그게 일목요연하지 않다. 3차 감염을 피하는 것만이 상책이라는 어렴풋한 상식만 있을 뿐 어디서 어떤 병원에서 무슨 성분의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 확실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심지어 자가격리자가 바로 이웃에 있다는 사실마저 알 길이 거의 막혀 있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경기도에서 멀리 떨어진 경남에도 의심환자가 있었다는 소식에 충격이 크다. 다행히 음성으로 판명됐다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헷갈린다. 이러다 자칫 전국화로 번져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겁이 난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지금부터라도 관련 정보를 공개, 민관 신뢰 토대를 구축하는 것을 메르스 퇴치의 기본 동력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열린 창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 이 외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처 손길이 안 간 곳을 챙겨볼 수 있다든지 시행착오를 일으킨 부분은 없는지 알아볼 길이 열린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전반으로 빠르게 번져나가는 불신과 혼란을 바로 잡음으로써 일상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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