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운동본부 주장 "신종플루 외국인 치료해"…도 "도면에 없다"반박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감염병 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병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폐업한 진주의료원에 '음압병실'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4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확산 공포 속 서부청사 축포? 경남도가 해야 할 일은 기공식이 아니라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라고 밝혔다.

이날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진주의료원 중환자 병동에 음압시설(주변보다 기압이 낮아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지 않게 만든 시설)이 갖춰진 병실 2개가 있었다고 했다.

박석용 진주의료원지부장은 "당시 간호사들이 음압병실 교육도 받은 기억이 난다. 신종플루 환자도 음압병실에서 치료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음압시설이 있었다는 근거로 지난 2009년 월드콰이어챔피언십에 참가한 외국인 가운데 신종플루에 걸려 진주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자료도 제시했다.

'경남도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는 4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확산 공포 속 서부청사 축포? 경남도가 해야 할 일은 기공식이 아니라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라고 밝혔다. /표세호 기자

이 자료는 도가 진주의료원에 인도네시아인 5명을 의료원에 보낸다는 공문과, 진주의료원 신종플루 치료 거점병원 지정과 의심환자 1만 2075명(확진 498명) 진료 내용이 적힌 것이다.

이에 경남도 복지보건국은 진주의료원에 음압시설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3층 도면에 격리실 4개는 있지만 음압병실 표시가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에서 시설관리를 담당했던 전 직원은 <경남도민일보>와 전화에서 "격리실 4곳 모두 음압시설이 있었다. 그냥 도면에는 표시가 없지만 기계설비도면을 보면 알 수 있다. 평소 중환자실은 사용하지 않았는데 신종플루 때 중환자실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에 음압병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전염병 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공공병원이 없어진 셈이다. 현재 경남에는 3개 병원에 음압병실이 10개(13개 병상)뿐이다. 게다가 7실이 있는 한 곳은 공사 중이어서 17일까지 사용할 수 없다.

주민투표운동본부는 "2013년 도민 건강과 생명을 돌봐야 할 도지사가 공공병원을 강제폐업했다"고 비판했다. 강수동 대표는 주민투표를 위한 청구인 서명을 받는 상황에서 도가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하려는 것에 대해 "공공병원 없애고 그 무덤 위에 기공식을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도는 16일 옛 진주의료원에서 서부청사 기공식을 열 계획이다. 도는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시작하는 기공식을 '서부시대 개막 선언'이라며, 2000여 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는 앞서 13일 서부청사 기공식을 기념한 '불후의 명곡 콘서트'(유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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