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메르스 모니터링 명단 경남도에 미통보…사천 50대 의심환자 발생 때 신고 4시간 뒤에야 파악

"질병관리본부가 모니터링하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경남도에 알려주지 않았다.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통보해달라고 했다."

박권범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이 경남에서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환자 대응 과정에서 문제점을 말한 것이다.

지난 3일 음압시설이 있는 병원으로 옮겨진 ㄱ(51) 씨는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대응 과정에서 정부와 도, 시·군으로 이어지는 체계에 허점이 있었다.

4일 도가 의사회·약사회와 공조체계를 갖춘 메르스 긴급 대응체계 구축을 발표한 기자회견장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집중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박 국장은 한 달 동안 나이지리아를 다녀오면서 두바이를 거쳐 지난달 25일 입국한 ㄱ 씨가 열이 나자 스스로 보건소에 신고할 때까지 도가 몰랐던 점에 대해 "모니터링 대상이 몇 명인지 통보받지 못했다"며 "질병관리본부가 도를 통하지 않고 보건소에 바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양동 경남도의사회장은 "정부가 오픈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4일 경남도 메르스 긴급대응체계 구축 기자회견에 이어 취재진의 질문에 윤한홍(왼쪽) 부지사와 박양동 경남도의사회장이 설명을 하다 담당공무원에게 확인을 하고 있다. /표세호 기자

도는 대책본부에 메르스 감염 우려국 등을 다녀온 도민을 확인하는 체계를 꾸릴 방침이다. 윤한홍 행정부지사는 "여권 업무를 하는 대민봉사과가 출입국관리소와 협조를 해서 직접 확인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정부 메르스 대응체계에서 제대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고, 이원체계를 꾸리더라도 도가 출입국자를 자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윤 부지사는 "다소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 빨리 극복해야 하고, 체계적으로 완벽하게 대응해나가겠다. 질병관리본부와 관계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ㄱ 씨가 3일 오전 9시 30분 신고를 해 보건소가 열을 재보고 격리병원으로 오전에 이송했는데, 도는 오후 1시 30분에 보고를 받는 등 보고 체계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박 국장은 "늦은 것 맞다. 보건소에 질책을 했다. 처음 의심자가 발생해 당황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도는 ㄱ 씨와 나이지리아를 함께 다녀온 19명은 모두 경남 이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실도 뒤늦게 확인했다.

박 국장은 "ㄱ 씨가 메르스와 관계 없는 열 질환이어서 문제는 없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19명에 대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당 자치단체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박양동 회장은 의료진에 대한 대책도 요구했다. 박 국장은 "1차로 의료진이 걸릴 확률이 가장 높다. 의료인에게 방호복 지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계속 늘고 격리자가 1600명을 넘어서자 정부의 대응 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메르스 감염 정보 통제, 병원 내 감염, 취약한 의료 인프라, 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등을 지적하며, "부끄러운 대한민국 의료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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