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쏘는 홍어에 양념곁들인 회무침 별미

“홍어. 냄새나는 그거.” 홍어는 비린내보다 암모니아 같은 톡 쏘는 냄새가 먼저 난다. 삭혔기 때문이다. 홍어는 메주처럼 삭히는 발효 음식이다. 그만큼 몸에 좋은 음식이지만, 솔직히 젊은 세대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다. 삭힌 맛이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40~50대는 맛의 깊이를 찾아 홍어회를 즐겨 찾는다.

   
 
 
전라도에서는 홍어가 없으면 잔치를 못한다고 할 정도로 귀한 음식이다. 반가운 손님이 오면 삭힌 홍어를 내놓는 것이 가장 귀한 대접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전라도 토속 음식으로 홍어가 널리 소개되면서 우리지역에서도 삭힌 홍어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창원시 중앙동 오거리 ‘술 익는 마을’. 이곳에서는 전라도의 손맛이 느껴지는 홍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김수이(여.48)사장은 광주에서 지난해 창원에 내려와 홍어 요리를 경상도 사람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홍어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 회는 약간 무리일 듯. 그래서 선택한 메뉴는 홍어회무침. 우선 도라지와 미나리.무.고추를 넣고 각종 양념에 버무려져 나온 뻘건 회무침을 보니 침부터 고인다. 식초와 설탕, 각종 양념 맛이 어우러져 새콤 매콤한 것이 입맛을 당긴다.

얼핏 보니 가오리회무침이랑 비슷하다. 김 사장이 ‘맛 모르는’손님을 위해 설명을 거든다. “가오리는 날 것으로 회 먹기에 낫고, 홍어는 삭혀야 제맛이지.”

여기서 잠깐. 가오리와 홍어의 차이를 알아보자. 홍어는 가오리과다. 닮은꼴이지만 자세히 보면 주둥이가 더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고, 몸두께가 두꺼운 게 홍어다. 양심불량 장사치들은 가오리를 홍어라고 속여 팔기도 하는데, 국내산 홍어는 거의 구할 수 없다고 하니 속지 말자.

김 사장 역시 국산 홍어를 구하기 힘들어, 칠레산 홍어를 쓴다고 솔직히 말한다. 중국과 우루과이산 홍어에 비해 칠레산은 붉은 빛을 띠는 게 국산과 제일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다.

목포에서 한 마리 30만원쯤 하는 홍어를 사다가 항아리에 볏짚과 솔잎을 넣어 보름 넘게 삭힌다. 홍어는 덩치가 큰 고기다. 이렇게 삭힌 홍어 한 마리로 회.회무침.찜.탕을 만든다. 가격은 1만9000원~2만1000원.

‘홍탁’. 홍어에는 탁주라는 뜻이다. 그래서 홍어 좀 먹는 다 싶은 사람들은 탁주에 홍어회를 띄워 씹어 먹으면서 마신단다. 이 집의 특별 차림표가 바로 팥죽색을 띠는 흑미찹쌀동동주와 찹쌀솔잎동동주다. 술맛의 기본은 누룩, 김 사장은 팔순 친정어머니가 만든 누룩에 검은 쌀과 생강.감초.오미자.당귀.솔잎 등을 넣어 직접 술을 빚는다.

얼마 전에는 은행에 다닌다는 한 젊은 여성이 ‘음식을 배우겠다’며 김 사장을 찾아왔다. 낮에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음식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요즘 보기 드문(.) 젊은 처자의 결심이 기특해서 3월부터 같이 일하기로 했다. 홍어 요리만 배우는 게 아니다. 이곳의 꽃게탕과 추어탕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별미다. 친정어머니한테 물려받은 음식 솜씨를 믿고 가게를 연 지 1년쯤, ‘돈 준 만큼은 기분 좋게 먹고 나올 수 있도록’한다는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바로 맛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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