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규정을 어긴 대형 현수막을 볼 수 있었던 마산시 중성동 북마산가구거리에는 현재 그 수가 현저히 줄었다. 행정기관의 단속과 업주의 자진 개선으로 지금은 두 곳 정도에서 가로 15m, 세로 5m 이상 규모의 대형 현수막을 볼 수 있다.

그 중 한 곳인 제일가구백화점 조재규(46) 대표는 “곧 규정에 맞는 소형 간판을 부착하겠다”는 말로 간판문화의 개선이라는 큰 틀을 수용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인근 가구점들이 이미 대형 현수막을 철거했는데도 여태껏 부착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감추어왔던 속사정을 내비쳤다.

“40년 역사의 전통적 가구거리라는 말은 속빈 강정이다. 지금은 인근 창원·김해에 대규모 가구거리가 들어서고, 심지어 대형백화점 가구센터가 즐비한 실정이라 간판이라도 크게 붙이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

이렇게 어려운 때 현수막이라도 큼지막하게 내붙이니까 손님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들고, 실제 그 효과는 그들의 반응정도에 의해 증명되더라는 것이다.

이런 업주들의 심리가 비단 북마산가구거리 뿐만 아니라 마산·창원 지역 주요 상가의 무분별한 간판문화를 낳은 것이지만 조재규씨의 말에는 더욱 속깊은 현실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북마산가구거리에는 제일가구백화점을 포함해 50여개의 가구점이 들어서 있고, 조씨와 똑같은 현실에 직면한 대부분의 다른 업주들은 몇 개월 사이 대형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그 중 한 업주는 “어려워도 뭔가 다같이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생각했다. 현수막을 조금 더 크게 붙이는 것이 효과가 있겠지만 그러면 다른 곳도 그렇게 하지 않겠느냐”며 이 거리에 불고 있는 간판문화 개선바람을 전했다.

조재규씨는 다른 업주들의 자세변화에 대해 “곧 따를 것이다”는 말만 전할 뿐 구체적인 시기를 전하지 않았다.

또 “단계적으로 현수막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여 치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여전히 대형 현수막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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