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이렇게 오는 것인가! 숨을 들이킬 때마다 물기가 흥건하다.

우포의 새벽은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기에 적당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도 이런 냄새와 모습이었다.

우포의 보호습지와 주변 환경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생태환경과 문화·관광의 장기 마스터플랜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있었다. 문화예술인들이 2박 3일간 우포 주변을 다니면서 생태환경과 문화예술이 함께할 수 있는 우포의 미래를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다.

과연 진흥과 보존이 공존할 수 있을까? 더구나 예술은 이 아름다운 자연에 비해 또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새삼 무력해졌다.

'생태계의 고문서' 창녕 우포는 원시적인 자연여건으로 1997년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되고 1998년 람사르조약에 의해 국제보호습지로 지정돼 보호·관리되고 있다. 이미 예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주민과 환경단체 간의 보존에 대한 마찰도 있었고, 슬기롭게 극복한 지금은 국내 최대의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그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우포에는 천연기념물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다양한 겨울 철새가 드나들고, 28종의 어류와 430여 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산란기를 맞고 있는 따오기가 생태복원 중이다.

이 우포의 자연생태 환경에 최근 문화 정책의 확산과 접근성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면서 문화예술·관광의 연계가 화두가 되고 있다. 그래서 생태계 보존이 문화적 요소를 만나서 경제적 부가가치로 이어져야 비로소 우포의 미래가 희망적이 된다는 것이다.

생태관광협회의 오상훈 국장은 우포를 프리미엄 생태관광코스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자연으로 향하는 땅바닥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는 맨발과 그늘막에 앉아서 발을 물에 담그고 시간이 멈추었다가 흐르고 다시 멈추는 여행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연에서 벗어나 있는지 사람들로 아우성인 곳에서 보낸 휴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새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우포 주변에서 자라는 온갖 채소와 양념에다 따뜻한 밥 한술은 또 얼마나 목가적이던지 예술은 뒷전이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선상의 시간이 되었다. 정말이지 여기에다 예술을 어떻게 입힐 것인지 호언장담하고 온 우리들이 무모할 뿐이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어떻게 누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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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어린시절로 돌아가 메뚜기와 여치를 잡고 말똥구리를 몰아서 우리 아이들이랑 그렇게 저녁을 맞고 밤마실에서 반딧불이 이마에 붙이고 호드기를 불어보는 꿈을 꾸는 우포의 2박 3일은 '생활자체가 문화이어야 한다'는 믿음만 공고히 했다. 관광 진흥, 예술작업이란 이름으로 이어지는 자연파괴라는 현실을 많이 보아왔기에 실현 가능성의 방법은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포에 문화예술의 옷을 입힐 수만 있다면 우포의 새벽은 더욱 넉넉하지 않을까.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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