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여부 신중히 선택할 것"

"출마 가능성이 51%인지 49%인지는 조만간 이야기하겠습니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부패 스캔들에 휩싸여 회장직을 내려놓은 가운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축구 대권' 도전을 놓고 '신중 모드'로 들어갔다.

정 명예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FIFA 회장 선거 출마 소문에 대해 "선거에 나서는 것은 현실의 문제"라며 "여러 축구인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대답을 내놓은 정 명예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블라터 회장의 잘못된 행정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출마 여부를 정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FIFA 부회장으로 일한 17년 동안 '반(反)블라터' 진영에서 일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FIFA 개혁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명예회장이 이처럼 출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은 지지 기반이 예전보다 엷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차기 회장 후보로 손꼽히는 미셸 플라니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물론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등이 아직 출마에 대한 확실한 의사를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출마 카드'를 꺼내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정 명예회장은 국제 축구 무대의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도 뜸해진 상황에서 섣부르게 FIFA 회장직에 도전했다가 자칫 망신만 당할 수도 있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정 명예회장이 "출마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선거는 현실의 문제다. 지난 4년간 세계 축구인들과 만난 지도 오래됐다"고 말한 것도 확실한 지지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FIFA 회장 선거는 1차 투표에서 209개 회원국 대표자로부터 '3분의 2' 이상 표를 따내야 한다. 1차 투표가 부결되면 2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야 한다.

최근 4년간 국제 축구 무대에서 멀어져 있던 정 명예회장으로서는 이르면 12월에 열릴 수도 있는 임시총회까지 득표 활동에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여전히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국가들은 블라터 회장의 지지 세력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반블라터'를 앞세운 정 명예회장으로서는 FIFA 부회장 시절 영향력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따라 출마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